[생활 속 법률-이혼] 배우자의 연금, 재산분할 때 잊지 말자

입력 2019-09-09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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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민연금법은 이혼하더라도 전 배우자의 국민연금을 나눠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분할연금’이라고 한다. 전업주부로 지내느라 국민연금에 가입하지는 못했지만, 가정을 유지하는데 기여를 했고, 이혼한 배우자의 노령 생활을 보장해 주기 위해서 도입됐다.

국민연금법에 분할연금이 도입된 것은 1999년이다. 최근 국민연금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이혼을 하고 분할연금을 받고 있는 사람이 3만 명이 넘었다. 분할연금을 받는 사람 중 88% 정도가 여자다. 분할연금 월 수령액은 그다지 크지 않은데, 20만 원 미만이 1만 9000명 정도로 가장 많다. 공무원연금에도 2015년 법이 개정돼 분할연금이 도입됐다.

분할연금을 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혼인 기간이 5년 이상이어야 한다. 부부로 혼인 신고가 되어 있었던 기간은 5년이 넘지만 별거하거나 가출을 해서 실제로 함께 산 기간은 5년이 되지 않는 경우에도 분할연금을 받을 수 있을까. 과거에는 실제로 같이 살았는지 고려하지 않고 혼인 신고가 되어 있었던 기간만 5년이 넘었다면 분할연금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별거나 가출한 기간을 감안하지 않고 혼인 신고 기간만 따지는 것은 부당하다고 헌법소원이 제기됐고, 헌법재판소는 별거나 가출 등으로 실질적인 혼인 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던 기간까지 포함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법이 바뀌어 현재는 별거, 가출 등으로 실질적인 혼인 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던 기간은 제외하도록 돼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혼인 유지 기간을 5년에서 1년에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혼한 배우자가 받을 수 있는 분할연금 액수는 혼인 기간 중 형성된 연금 자산의 절반이다. 그런데 당사자들이 협의를 하거나 법원에서 재판을 통해 다른 금액을 정하면 이 금액이 더 우선한다. 이혼하면서 절반 이상의 연금을 나눠 주기로 해도 되고, 분할연금을 청구하지 않겠다고 해도 된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나이 어린 배우자에게 연금 수급권을 주기 위해 연금을 100% 주기로 합의를 하고 위장 이혼을 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남편 A씨와 아내 B씨는 이혼을 하기 위해 소송을 했는데, 조정을 하면서 이혼 이후 추가적인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않는다고 합의했다. 그런데 이혼 이후 B씨는 A씨의 연금을 나눠 달라고 분할연금을 신청했다. 신청을 받은 연금공단은 A씨와 B씨가 이혼을 하면서 추가적인 재산분할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으니 분할연금은 줄 수 없다고 했다. 이에 B씨는 연금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원은 추가적인 재산분할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더라도 분할연금은 청구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분할연금을 포기했다고 볼 수 있으려면 단순히 추가적인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명확하게 분할연금을 포기한다는 내용으로 합의해야 한다고 봤다.

필자는 실제 이혼 소송을 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분할연금에 관한 합의를 하고 있다. 부부가 모두 연금을 받는다면 서로 분할연금은 청구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할 수도 있다. 이혼한 배우자가 재혼하더라도 분할연금을 줘야 하는데, 이러한 경우 전 배우자 입장에서는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이혼할 때 재산을 더 주고 분할연금을 포기하는 합의를 할 수도 있다.

연금도 매우 중요한 재산이므로 재산분할을 할 때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분할연금에 관한 합의를 할 때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자칫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 최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합의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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