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준(51) 효성그룹 회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법원은 조 회장의 배임 혐의액 가운데 상당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재판장 강성수 부장판사)는 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형사소송법 제70조에서 규정하는 증거 인멸이나 도망의 염려는 없어 보인다며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성남 전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GE) 대표는 무죄, 효성 임직원 3명은 각각 무죄~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조 회장은 사익을 취득하기 위해 회사의 업무 수행을 빙자해 자신이 소유하던 미술품을 실제 가치보다 비싸게 처분했다"며 "특히 효성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주식회사인데 여러 주주에게 피해가 돌아가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횡령과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재판이 계속되는 중에도 횡령 범행을 반복적으로 저질렀다"며 "또 효성의 법인카드를 개인용품 구입 명목으로 사용해 다시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받아 대법원에 계류 중인데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어 "조 회장이 뒤늦게나마 피해 금액을 갚아 상당 부분 피해 회복이 됐다"면서도 "다만 막대한 자산을 보유한 경영자의 피해 회복 조치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긴 어려운데 적발되더라도 피해 회복만 하면 중한 처벌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예단을 갖게 해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조 회장이 GE로부터 자신의 주식 가치를 부풀려 환급받은 179억 원의 특정경제범죄처벌법상 배임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유상감자 당시에 GE의 주주들에게 균등한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회사가 주주 평등 원칙에 따라 동일한 비율로 유상감자를 할 때에는 회사의 재정 상황에 비춰 과도한 자금이 유출돼 현저한 지장이 초래되지 않는 한 신주 배정을 시가보다 높게 정했다고 해서 배임죄의 구성요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조 회장이 아트펀드에 자신의 미술품을 고가에 사들이도록 한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구체적인 이득 액수를 산정하지 못해 특정경제범죄처벌법이 아닌 업무상배임죄를 적용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미국발 경제위기로 미술시장이 침체하자 본인 미술품의 가격 하락을 예상하고 시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처분해 재산상 이득을 취하고 아트펀드에 손해를 입힌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재화가 반복적으로 거래되는 아파트와 달리 미술품은 사례가 적어 피고인의 이득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조 회장은 2013년 7월 GE 상장 무산으로 외국 투자자의 풋옵션 행사에 따른 투자지분 재매수 부담을 안게 되자, 그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이 대주주인 GE로부터 주식가치를 11배 부풀려 환급받아 약 179억 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았다.
그는 2008년 9월부터 2009년 4월까지 개인 소유의 미술품 38점을 효성 아트펀드에 비싼 가격으로 사들이도록 해 약 12억 원의 차익을 취득한 혐의도 있다.
아울러 조 회장은 2007년~2012년 효성의 직원으로 근무하지 않은 김모 씨 등을 직원으로 등재해 급여 약 3억7000만 원을 허위로 지급하고, 2002년~2011년 효성인포메이션 직원으로 근무하지 않은 자신의 비서 한모 씨에게 허위로 급여 12억4300만 원을 지급한 혐의도 받는다.
앞서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조 회장에 대해 징역 4년, 김 전 대표에게는 징역 3년, 효성 임원 3명에게는 각각 징역 1~2년을 구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