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댓트립] 지루한 귀성길 NO! 이젠 휴게소에서 논다

입력 2019-09-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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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 9월 추천 가볼 만한 곳

▲덕평자연휴게소의 야경 전망을 즐기려면 35m 우주타워가 제격이다.(사진제공=이하 한국관광공사)
▲덕평자연휴게소의 야경 전망을 즐기려면 35m 우주타워가 제격이다.(사진제공=이하 한국관광공사)
귀성·귀경길에서 가장 익숙한 장소는 '휴게소'다. 휴게소는 이동 중 단순히 식사나 화장실을 가기 위해 잠깐 들리는 곳이라는 공식이 완전히 깨지고 있다. 테마파크도 하고 수상 스키나 낚시도 즐길 수 있는 색다른 놀이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국내 활성화를 위한 가을 여행주간(9월 12~29일)이 곧 시작된다. 명절을 보내러 가는 사람, 그냥 심심한 사람, 가을의 정취를 느끼고 싶은 사람들이 휴게소로 모여들고 있다.

▲덕평자연휴게소의 대표메뉴인 덕평 소고기국밥.
▲덕평자연휴게소의 대표메뉴인 덕평 소고기국밥.

◇ 휴게소? 테마파크! 이천 덕평자연휴게소 = 세상에 이런 고속도로 휴게소가 있을까? 벤치와 쓰레기통까지 작품이 되는 아름다운 정원에서 산책하고, 아이들과 우주타워에서 환상적인 야경을, 반려견은 전용 풀장에서 수영을 즐기는 곳. 인천 남동구와 강원도 강릉시를 잇는 영동고속도로에 자리 잡은 덕평자연휴게소에서 이 모든 일이 가능하다. 줄 서서 먹는 유명 음식점 수준의 푸드 코트와 전문 식당가, 다양한 브랜드가 모인 쇼핑몰은 기본으로 갖췄다. 전국 휴게소 중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최근 리뉴얼한 덕평 왕돈까스.
▲최근 리뉴얼한 덕평 왕돈까스.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다가 휴게소 표지판을 보고 우연히 들렀다면 특별한 점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안으로 들어가면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널찍한 푸드 코트를 중심으로 디저트 카페와 편의점, 쇼핑몰 등이 골목골목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인 덕평소고기국밥은 2016년 한 해 동안 60만 그릇 가까이 팔리면서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판매 신기록을 세웠다. 최근 리뉴얼한 메뉴인 덕평왕돈가스는 바삭한 튀김옷 속 살코기가 촉촉하다.

▲중앙정원에는 다양한 이벤트 공간이 있다.
▲중앙정원에는 다양한 이벤트 공간이 있다.

맛있고 든든한 식사를 마쳤으면 주차장 반대편으로 나가보자. 널찍한 공간에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중앙정원은 이름처럼 덕평자연휴게소 강릉 방향과 인천 방향 가운데 자리 잡았다. 전국에 전망 좋은 고속도로 휴게소가 여럿 있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정원을 갖춘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나무껍질이 새하얀 자작나무가 아담한 숲을 이룬 정원에는 연인들을 위한 각양각색 러브 벤치가 보인다.

▲홍익대와 협업으로 만든 환경 시계 휴지통.
▲홍익대와 협업으로 만든 환경 시계 휴지통.

▲중앙정원은 연못에 수변데크까지 갖췄다.
▲중앙정원은 연못에 수변데크까지 갖췄다.

홍익대학교와 협업해서 만든 아트 쓰레기통도 눈길을 끈다. '지구를 위한 주사기' '숲속의 부엉이' '환경의 자명종 시계' 같은 이름을 단 쓰레기통이 조각 작품 같다. 예쁜 연못 주위에는 수변 데크까지 갖춰 걷는 재미를 더했다. 중앙정원 한 귀퉁이 빨간 공중전화 부스에는 수화기를 들면 추억의 노래를 들려주는 뮤직 박스가 있다.

▲연인들이 매달아 놓은 금강휴게소 난간의 자물쇠.
▲연인들이 매달아 놓은 금강휴게소 난간의 자물쇠.

반려동물과 함께라면 중앙정원 옆의 '달려라 코코(KoKo)'를 놓칠 수 없다. 널찍한 애견 놀이터, 애견 카페(코코카페), 애견 위생실, 애견 호텔(코코하우스) 등을 갖췄다. 여름(6~9월)에는 반려견과 함께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소형견 물놀이장(Pool time)을 운영한다. 컨테이너를 연결해 만든 건물도 예쁘다.

연인끼리 혹은 아이가 있는 가족이라면 해 질 무렵 덕평자연휴게소에 들르는 것이 좋다. 해가 지고 별이 하나둘 떠오르면 중앙정원과 인접한 '별빛정원 우주'에 각양각색 조명이 별처럼 빛나기 시작한다. 발길 닿는 곳마다 별빛이 반짝이는 우주놀이터는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공간. 터널갤럭시101은 국내에서 가장 긴 101m 빛의 터널로, 은하수 속을 걷는 듯 환상적이다.

▲별빛정원 우주의 우주 스테이션.
▲별빛정원 우주의 우주 스테이션.

별빛정원 우주 뒤쪽 야트막한 언덕에는 예쁜 초승달과 소원을 들어주는 달토끼가 있다. 작은 조명이 길을 안내하는 달빛산책로도 운치 있다. 별빛정원 우주의 전망을 제대로 즐기려면 우주타워에 오르자. 자이로드롭을 닮은 의자는 지상 35m 높이까지 올라가면 하늘 카페로 변신한다.

▲소원을 들어주는 달토끼.
▲소원을 들어주는 달토끼.

◇ 도리뱅뱅이도 먹고 수상 레저도 즐기고, 옥천 금강휴게소 = 충북 옥천에 자리한 금강휴게소 뒤쪽으로 유유히 흐르는 금강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 마시다 보면, 이곳이 여행지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은 빼어난 자연경관이다. 휴게소 건물을 설계할 당시부터 산과 강이 맞닿은 주변 경치를 십분 활용하는 데 초점을 뒀다. 주차장을 등지고 강을 바라보도록 건물을 배치하는가 하면, 통유리를 설치해 휴게소 안에서도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여타 고속도로 휴게소 이용객은 대부분 주차장에 차를 대고 식당과 스낵 코너, 편의점 등으로 가지만, 금강휴게소를 찾은 이들은 먼저 휴게소 뒤쪽 테라스로 달려간다.

▲금강유원지의 오리배.
▲금강유원지의 오리배.

▲금강의 낚시꾼.
▲금강의 낚시꾼.

금강휴게소는 애초부터 금강 변에 자리한 유원지로 시작됐다. 휴게소에서 금강 변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고, 차를 이용해 외부 도로를 따라 금강 변으로 내려가 낚시와 수상스키를 즐길 수도 있다. 강변에는 금강의 별미인 도리뱅뱅이를 파는 간이음식점이 늘어섰고, 둑을 따라 낚시를 즐기는 강태공이 눈에 띈다.

▲피라미를 동그랗게 구운 도리뱅뱅이.
▲피라미를 동그랗게 구운 도리뱅뱅이.

금강휴게소의 별미는 도리뱅뱅이다. 작은 민물고기를 기름에 튀긴 뒤 고추장 양념으로 조리는데, 금산과 옥천, 영동, 무주 등 금강 유역의 마을에서 접하기 쉬운 음식이다. 방송인 이영자가 소개한 뒤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새빨간 양념 옷을 입은 도리뱅뱅이는 보기에도 군침이 흐른다. 비린내 없이 고소하고, 바삭바삭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담백한 피라미를 기름에 튀기면 멸치처럼 고소한 맛이 더한다. 피라미는 민물고기지만 완전히 익혔기 때문에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

시간이 나면 휴게소에서 굴다리로 연결된 조령리 마을에 가보자. 금강휴게소에서 굴다리를 지나면 닿는 마을로, 도리뱅뱅이와 생선국수가 유명하다. 생선국수는 쏘가리, 동자개(빠가사리), 메기 등 갓 잡아 올린 신선한 민물고기를 통째로 두 시간쯤 삶아 고춧가루, 고추장, 생강, 후춧가루, 된장, 들깻가루, 부추, 청양고추, 깻잎 등을 넣고 얼큰하게 끓인 음식. 시원하면서도 칼칼한 맛이 일품이다.

▲금강휴게소에서 바라본 금강.
▲금강휴게소에서 바라본 금강.

이 밖에도 금강휴게소에는 자잘한 즐길 거리가 많다. 금강 쪽 테라스에 있는 ‘사랑의그네’는 드라이브해서 이곳에 놀러 온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유명하다. 난간 쪽 철조망에 이들이 사랑을 염원하며 다닥다닥 매단 자물쇠가 보인다.

▲금강휴게소 야외테라스.
▲금강휴게소 야외테라스.

◇ 드라마 촬영장이야, 휴게소야? 삼국유사군위휴게소와 군위영천휴게소 = 상주영천고속도로에서 만나는 삼국유사군위휴게소와 군위영천휴게소는 각각 '복고'와 '공장'을 테마로 이용자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삼국유사군위휴게소가 드라마나 영화 촬영장 못지않은 이색 공간으로 인기몰이 중이라면, 군위영천휴게소는 최근 유행하는 업사이클링 공간을 재현한 독특함으로 승부한다.

▲삼국유사군위휴게소 '대신상회'란 간판을 단 편의점.
▲삼국유사군위휴게소 '대신상회'란 간판을 단 편의점.

삼국유사군위휴게소는 외관이 평범하지만, 반전이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설 때는 1960~1970년대 분위기 인테리어에 어리둥절하다가, 이내 환한 웃음을 보이며 즐거워한다는 얘기. 커피 매장 앞에는 인조가죽을 씌운 두툼한 소파가 놓였고, 벽에는 붉은 페인트로 쓴 '장미다방'이라는 글씨가 또렷하다.

▲삼국유사군위휴게소 70년대 다방 분위기로 꾸민 휴식공간.
▲삼국유사군위휴게소 70년대 다방 분위기로 꾸민 휴식공간.

주번이나 당번

▲옛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추억의 도시락과 라면.
▲옛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추억의 도시락과 라면.
이 차던 완장, 가로등 켜진 나무 전봇대 아래 쇠사슬로 묶어놓은 자전거, 전선에 나란히 앉은 참새들, 음수대 위에 '물 마시는 곳'이라는 글씨와 함께 매단 구식 펌프는 보는 것만으로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검정 교복을 맞춰 입은 매장 직원도 훌륭한 주연들이다. 이런 곳이다 보니 '대신상회'라고 부르는 편의점에서 쫀드기, 라면땅, 강냉이 같은 그 시절 먹거리를 파는 게 아주 자연스럽다.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다양한 소품들.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다양한 소품들.

복고를 테마로 꾸민 휴게소답게 이곳의 대표 먹거리는 '추억의 도시락과 라면'이다. 보글보글 끓인 라면에 김치볶음, 멸치무침, 구운 소시지, 김, 화룡점정 달걀 프라이까지 담아낸 도시락을 보면 시끌벅적하던 학창 시절 점심시간이 떠오른다. 라면은 면이 불기 전에, 도시락은 예전처럼 뚜껑을 덮고 힘껏 흔들어 먹어야 제맛이다.

▲객차모습을 본떠 제작한 테이블.
▲객차모습을 본떠 제작한 테이블.

영천 방면 군위영천휴게소는 '공장'을 테마로 내부를 꾸몄다. 버려진 공장을 카페나 식당으로 꾸민 업사이클링 공간의 휴게소 버전이라고 할까. 실제 폐공장을 휴게소로 재활용한 것은 아니지만, 벽면 콘크리트를 드러내고 벽돌을 쌓아 음수대를 만드는 등 새로 지은 건물을 낡아 보이게 했다. 직원 유니폼은 안전제일 마크가 선명한 작업복이다.

▲낡은 벽도로 꾸민 군위영천휴게소 음수대.
▲낡은 벽도로 꾸민 군위영천휴게소 음수대.

삼국유사군위휴게소와 군위영천휴게소는 독특한 테마만큼 휴게소의 기본에도 충실하다. 특히 먹거리 위생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몰카' 클린 존으로 운영되는 모유 수유실과 화장실은 하루 3회 이상 몰카 탐지기를 이용해 자체 감시한다. 모유 수유실은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아기와 엄마가 행복한 방'으로 지정했다. 휠체어, 목발, 유모차 등을 갖춘 장애인 편의 시설과 차량 261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 등은 두 휴게소 모두 같은 규모로 조성했다.

▲군위영천휴게소는 낡은 공장을 테마로 내부를 꾸몄다.
▲군위영천휴게소는 낡은 공장을 테마로 내부를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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