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부동산 연구단체인 ULI의 구분에 따르면 다양성은 ‘타고난 다양성’(inherent diversity)과 ‘취득한 다양성’(acquired diversity)으로 구분된다. 타고난 다양성은 절대 불변인 정체성으로 성별, 인종, 특유의 문화, 나이, 성적 지향 같은 특성을 말한다. 취득한 다양성은 후천적인 인식, 경험, 배경, 교육, 훈련, 가치, 영향력, 생각하는 스타일 등을 합한 것이다.
다양성과 포용성은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에서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출산율이 인구 유지선인 2.2명에 못 미치기에, 일찍부터 다양한 문화를 가진 이민자들을 받아들여 노동력 확보와 연금 유지에 성공하고 있다.
서유럽 이민자의 평균연령은 28세로 유럽의 42세보다 훨씬 젊다. 서유럽 여성 1000명이 평균 65명을 낳지만, 이민 여성은 85명을 출산한다. 2050년까지 유럽 인구는 3.4%, 약 1700만 명 늘어나지만 이 중 90%는 이민자로 채워질 전망이다. 컨설팅 회사 맥킨지에 따르면 2015년 서유럽 GDP(국내총생산)의 14%를 이민자가 만들어 냈다.
에스토니아도 다양성과 포용성 정책에 의해 2025년까지 외국인들에게 전자영주권을 발급해 인구 1000만 명 규모의 경제를 확대하고 있다. 자국 인구 130만 명의 경제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벨기에의 메헬른시는 도시 인구의 50%가 외국 태생이다. 이 같은 이민 유입정책으로 문화의 다양성, 인구 증가, 인재와 기업 영입에서 성공하고 있다. 영국 런던의 테크시티도 비어 있던 공장지역에 1980년대 말부터 예술가들이 몰리면서 문화·예술 지역이 됐다. 다시 이곳에 IT 기업과 스타트업이 몰리고 문화와 IT의 다양성이 융합하면서 일자리가 164만 개에 이르고 있다.
다양성과 포용성은 오픈 도시의 기본개념인 개방, 공유, 소통, 혁신, 연계, 콘텐츠, 사회적 시스템 등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특히 4차 산업혁명 도시는 개방적 혁신과 사회 전체가 동반 성장하는 가치 주도형 시스템을 중시한다.
다양성과 포용성은 도시 내 상호 접속, 교통 이동, 콘텐츠 발굴, 사회적 시스템, 불평등 축소, 기존 자산 재활용, 고밀도 개발 등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다. 또한 지역 간의 상호 접속과 교통 이동에 도움을 줘 연계성을 높인다. 그러면서 저소득층 지역은 줄어든다. 물리적 도시계획보다 콘텐츠를 더 중시해 사회적 시스템을 안정시키고 도시 발전의 혜택이 도시 곳곳에 돌아가게 한다.
최근 다양성과 포용성 정책을 채택하는 기업이 많이 늘고 있다. 사회적 선호도와 기업 실적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딜로이트의 포용성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문화를 실천하는 기업은 위험이 30% 정도 줄어들고 혁신성은 20% 증가한다. 포용성으로 인해 직원 상호간의 공정성, 존경, 가치, 소속감 등이 70% 늘고, 팀 실적은 17%, 의사결정 품질 20%, 팀 협업은 29% 증가한다고 한다.
해외에서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도시부동산 개발에 반영하라는 사회적 압력도 거세지고 있다. 미국 보스턴과 필라델피아는 토지 분양 입찰 조건으로 개발업체의 다양성과 하도급 업체, 벤더, 소기업과 여성 기업 등의 실질 참여 정도, 지역사회 활동 등을 평가 점수에 반영하고 있다. 특히 밀레니얼과 Z세대는 소비·공유·임차·취업·사업 등 의사 결정 시에 다양성과 포용성을 중시하고 있다. 조만간 이 정책은 부동산 수요에서 당연하게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도 여러 분야에 다양성과 포용성 정책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국가적으로는 출산율 대안으로 이민 유입이 필요하다. 사회적으로는 불평등 축소, 교육과 취업 기회를 확대하는 수단으로 필요하다. 기업과 부동산 개발분야에서는 다양한 상품 개발, 인재 확보, 근무 분위기 개선, 하도급 업체 육성, 창조성과 혁신성, 고객 관계와 브랜드 인지도 증진, 지역사회 활동 등에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