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이 자산 규모별로 올해 상반기 대출금 운용을 달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권 업체는 중금리대출 중심의 가계 대출 비중이 증가했지만, 다른 곳은 가계대출 비중을 줄이거나 유지하는 데 그쳤다. 하반기 이후 경기 변동과 대출 규제가 회사별로 상반된 포트폴리오 구성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3일 각 저축은행 공시에 따르면, 주요 저축은행들은 대출금이 모두 증가했지만, 대출 포트폴리오 구성은 업체별로 달랐다.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은 가계자금 대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38억 원 증가한 3조2145억 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기업자금 대출은 3060억 원 증가한 3조4252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에 올해 상반기 가계대출 비중은 전년 동기 44%에서 48%로 증가했지만, 기업대출은 55%에서 51%로 감소했다.
반면 OK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은 가계대출 비중이 줄거나 큰 변동이 없었다. OK저축은행은 가계대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13억 원 증가한 3조345억 원으로 전체 대출금의 51%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동기 59%보다 약 7% 이상 감소한 수치다. 한국투자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은 가계대출 비중이 1% 안팎으로 변동하는 데 그쳤다.
이러한 변동은 업계 상위권 업체로의 중금리대출 쏠림 현상과 각 사별 경영전략 차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확대는) 중금리대출 시장을 먼저 출시한 영향과 대출총량규제 완화 이후 중금리대출 확대 기조가 크게 작용했다”며 “자체 중금리대출을 확보한 회사는 매출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갖추지 못한 곳은) 수익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올해 현재 자체 중금리대출을 보유한 곳은 26곳으로 전체 79개 저축은행 세 곳 가운데 한 곳 수준이다. 이마저도 상위권 업체가 중금리대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가계대출 비중을 확대하지 않은 저축은행은 하반기 이후 경기 둔화에 대비해 대출 포트폴리오를 보수적으로 구성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위권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하와 경기 둔화, 각종 대출 규제 영향 등 수익감소 요인과 함께 가계대출 부실 우려로 가계대출을 공격적으로 확대하지 않았다”며 “(이 영향은) 저축은행 업계 특성상 시중은행처럼 즉각 실적에 반영되지 않고, 연말과 내년 상반기 실적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금융감독원은 상반기 저축은행 영업 실적 발표에서 총 당기순이익은 5966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6.3% 증가했다고 밝혔다. 대출 확대에 따른 이자이익 증가분은 1199억 원으로 영업이익 증가(479억 원)에 주효하게 작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