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농축수산물 급락과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이런 저물가 추세는 11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1로 전년 동월(104.85)보다 0.04% 내렸다. 소비자물가 등락률이 소수점 한 자릿수로 공표돼 공식적인 상승률은 0.0%지만, 지수로는 통계가 작성된 1965년 이후 첫 마이너스 물가다. 과거 가장 낮은 상승률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직후였던 1999년 2월의 0.2%였다.
통계청은 이번 마이너스 상승률을 공급·정책적 요인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유류세 및 교육·복지 등 정책 영향으로 물가 흐름이 상당히 낮아진 상황에서 이번에 농축수산물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며 “농산물 같은 경우 양호한 기상여건에 따라 생산량 증가로 가격이 하락했고, 특히 작년 8월에 폭염 등으로 높은 상승률을 보인 기저효과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당장 9월부턴 유류세율 한시 인하가 종료돼 석유류 물가가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지난해 농산물 가격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가 이어지고, 고교 무상교육 등으로 공공서비스가 하락해 전반적으론 저물가 기조가 지속될 전망이다.
이 과장은 “구체적으로 ‘숫자가 어느 정도 될 것이다’ 예측하긴 어렵지만, 당분간 기저효과가 작용하는 9월부터 11월까지 2~3개월 동안은 0% 내외에서 (물가 상승률이)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기저효과가 완화하는 연말 이후 좀 상승하지 않을까 본다”고 말했다.
한편, 전반적인 저물가 상황에서도 외식을 비롯한 개인서비스 물가는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외식 및 외식외 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각각 1.7%, 1.9% 오르며 물가안정목표(2.0%)에 근접한 상승률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