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가지 말래도 간다”...‘주식회사 미국’, 무역전쟁 전부터 중국서 짐 싸

입력 2019-09-02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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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CN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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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기업들을 향해 “중국을 떠나라”고 명령하기 훨씬 이전부터 미국 기업들은 중국에서 짐을 쌀 채비를 하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1일(현지시간) CNBC방송은 무역전쟁 시작 이전부터 미국 기업들이 생산설비를 중국에서 철수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공급망 다각화를 통해 중국 의존도 줄이기 위해서다.

CNBC는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발을 빼기 시작한 이유로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 임금 상승, 깐깐해진 환경 규제를 꼽았다.

미국의 장난감, 신발, 의류업체들이 중국에서 생산기지를 옮기기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다. 이들은 2004년 이후 임금이 8배나 상승하는 등 경영 환경이 악화하자 중국에서 발을 빼기 시작했다.

글로벌 완구업체 해즈브로의 브라이언 골드너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베트남, 인도, 멕시코를 좋은 기회의 땅으로 보고 있다”며 “중국에 들어가 있는 글로벌 업체 중 30% 이상이 중국을 빠져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2020년 즈음이면 미국 기업의 절반이 중국 시장에서 철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빅토리아시크릿의 모기업인 엘브랜즈도 공급망 다각화 노력에 따라 중국 시장 하청은 20%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물론 트럼프의 압박이 시작된 후 지난 몇 달간 중국 철수 흐름을 더 거세졌다. 미중 기업협의회가 지난 6월 220명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가운데 30%가 무역 불확실성을 이유로 중국 투자를 연기하거나 취소했다. 또 13%는 현재 이전 계획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2017년 8%, 2018년 10%에서 그 수치가 계속 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대표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애플은 최근 주요 공급업체들에 중국 생산 역량의 15~30%를 동남아시아 국가로 이전하는 데 드는 예상 비용을 평가해달라고 요청했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애플 스마트워치와 무선이어폰인 에어팟이 1일부터 15% 관세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주력 상품인 아이폰은 2차 관세가 발효되는 오는 12월 15일부터 타격을 받게 된다.

미국의 컴퓨터 브랜드 HP와 델도 노트북의 중국 생산 규모를 최대 30%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구글도 픽셀 스마트폰 생산기지를 이르면 올해 가을 베트남으로 이전할 방침이다.

미 기업들이 중국 시장 철수 수순을 밟고 있지만 완전 철수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고 CNBC는 지적했다. 중국의 대체처로 주목받고 있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에 아직 전문화된 공급망과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애플의 경우, 아이폰 조립 및 생산을 맡고 있는 하청업체 폭스콘은 중국 정저우성에 29개 생산시설을 두고 있다. 애플이 중국에서 완전히 철수해서 다른 지역에 공급망을 구축하는데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동안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시장 점유율을 뺏길 우려가 크다.

한편, CNBC는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고 있지만 트럼프의 바람대로 모두 미국으로 돌아오고 있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단지 3%만이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이전할 계획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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