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로펌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면서 전관(前官) 영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막후에서 활약하는 전관의 특성상 영입 작업도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다. 대형 로펌들은 정확한 전관 인력 현황조차 밝히기를 꺼린다.
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국내 5대 로펌에 소속된 관료 출신(판검사 제외) 고문·전문위원은 모두 205명이다.
로펌별로는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58명으로 가장 많다. 이어 법무법인(유) 광장 45명, 법무법인(유) 율촌 43명, 법무법인 세종 31명, 법무법인(유) 태평양 27명 등이다.
출신지별로는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감사원, 관세청 이력을 가진 전관들도 눈에 띈다.
이들 전관은 현업 시절 지위나 실무 경험에 따라 고문과 전문위원으로 나뉜다. 대우는 공직에 있을 때보다 더 좋다. 개인 차량, 법인카드 등 각종 복지 혜택을 합치면 2억~3억 원에 연봉이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우에 따라 인센티브(성과급)도 받는다.
5대 로펌의 주요 전관으로는 김앤장에서 김연근·황재성·이주석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하영구 전 은행연합회장이 활동 중이다. 태평양에는 이건춘 전 건설교통부 장관,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 조홍희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이, 광장에는 윤영선 전 관세청장, 원정희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이 각각 있다. 율촌에는 김낙회 전 관세청장, 권혁세 전 금감원장이, 세종엔 노대래 전 공정위원장, 황영기 전 금융투자협회장, 김용환 전 농협금융 회장이 각각 소속돼 있다.
전관은 로펌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검찰의 기업 수사나 불공정거래, 조세포탈 의혹에 대한 조사가 늘어나면서 전관들의 역량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전관이 긍정적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 인맥을 통해 사정당국의 수사나 조사에 개입하는 등 법의 경계를 넘어서는 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을 위해 로비스트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고문들은 변호사의 전문성을 뒷받침한다”며 “소송뿐만 아니라 기업 자문 영역에서 행정적 절차 등 실무적인 내용을 조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른 로펌 관계자는 “(고문들은) 변호사와 다른 영역에서 높은 수준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했다.
판검사 출신을 통틀어 국내 대형 로펌 사이에서 전관의 인기가 시들지 않는 이유는 기업들로부터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허영인 SPC 회장 등 각종 송사에 휘말린 기업인 대다수가 판검사 출신 변호사를 선임했다. 과거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석래 효성 회장 등도 전관을 중심으로 변호인단을 구성해 방어에 나선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