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유미의 고공비행] 대외적 상황은 같은데…노조의 두 얼굴

입력 2019-09-01 17:25 수정 2019-09-0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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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차장

“8년 만에 파업 없이 임금·단체협약(임단협) 잠정 합의(현대자동차)”, “기본급 동결키로 노사 간 타결(대한항공)”, “사상 첫 임단협임에도 갈등 없이 노사 합의(포스코)”.

올해도 어김없이 노조의 강경 대응, 파업 등이 예상됐던 주요 기업들이 의외로 별 탈 없이 노사 간에 임단협 합의점을 찾았다. 합의점을 찾기까지의 시간도 짧았고, 과거보다 갈등 양상도 쉽게 사그라들었다. 이유는 이랬다. 각자의 주장을 밀어붙이기에는 한일 경제 갈등과 세계적 보호무역 확산 등으로 국내외 환경이 급격하게 악화하는 상황이라 오히려 노사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데 공감한 것이다.

국내 대표 강성노조로 분류되는 현대자동차 노조가 이번에는 한발 물러섰다. 8년 만이다. 최악의 경영 상황에서도 5만 명에 달하는 조합원의 권익을 위해 하루라도 빨리 노사 간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 7년 동안 지지부진하게 끌어온 통상임금 문제도 합의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목소리가 커진 노조(일반직)의 반발로 임단협 교섭 난항이 예상됐던 대한항공 노사도 결국 뜻을 모았다. 심지어 올 초만 해도 기본급 8% 인상을 주장했던 노조가 ‘기본급 동결’에 오케이한 것이다. 물론 조합원 중 일부는 재교섭을 원하는 상황이지만,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정세가 갈등을 누그러뜨린 것이다.

포스코 노사 역시 한동안 임금피크제, 임금 인상 등에서 견해차를 보였지만,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무역전쟁 등 대외적인 위기상황을 의식했다. 특히 창립 이후 처음으로 진행된 첫 임단협임에도 노사 모두 한 걸음씩 양보하며 사실상 무분규 잠정합의안을 도출한 셈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9월 일부 직원들이 1997년부터 노조 역할을 해온 노경협의회 대신 민주노총 산하 노조(새 노조)를 설립하면서 사실상 30년 무노조 경영의 막을 내렸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대외적인 위기 상황’을 의식한 것은 아니다. 한쪽에서는 ‘자기 밥그릇 챙기기’가 훨씬 더 급하다. 현대차를 제외한 나머지 완성차업체들의 노사는 여전히 소통이 안 되고 있다. 노조는 생존에 위협을 느끼며 파업으로 회사를 위협하고 있으며, 회사는 묵묵부답이다. 조선업계는 아예 7개의 조선사 노조가 연대해 총파업에 돌입했다.

물론 파업을 강행하는 이들 노조에 “어려운 정세를 의식하지 않는다”고 무조건 질타할 수 없다. 앞서 노사 간 합의를 이끈 회사들과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이 예상되며 내 목숨도 건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느 누가 평온할 수 있을까. 십분 이해한다. 다만, 노사 간의 갈등과 업무 중단이 과연 좋은 결과를 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방법론에 대해 다시 한번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 단적인 예로, 르노삼성은 지난해 10월부터 노조의 60여 차례 파업 등으로 수천억 원에 달하는 손해를 입고 결국 구조조정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야말로 악순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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