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한국석유공사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의 주요 내용과 석유산업 대응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정부 주도의 수소경제 활성화가 내연기관차 판매금지나 퇴출 선언까지 이어질 경우 정유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고 6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발표하며 2040년까지 전기차 누적 830만 대, 수소차 누적 290만 대를 보급하겠다는 공격적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휘발유, 경유 등 내연기관차의 연료 수요는 전체 석유제품 내수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결국 내연기관 연료시장이 축소되면 정유 산업 축소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수소경제 활성화는 정유산업에 위기보다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유사가 수소 생산과 공급 역량을 갖추고 있는 만큼 성장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
정유업계는 수소 수요가 늘어날 경우 별도의 투자 없이 현재의 역량을 활용해 수소 공급과 판매 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 2017년 기준 국내 수소 생산능력은 연간 192만 톤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 중 대부분은 정유공장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추산에 포함되지 않은 유휴 잠재 생산능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업계는 아직 수소를 상품으로 취급하지 않지만, 만약 수소의 상품성을 인지할 경우 가장 저렴한 단가로 수소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잠재적 역량을 지니고 있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팀장은 “(정유사들의 이러한 역량이 발휘된다면) 높은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소시장 전체를 사실상 정유산업이 주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내 정유산업은 수소 유통에 필요한 인프라를 이미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수소 경제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는 부분이다.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라 2040년까지 전국적으로 1200개소의 수소충전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그러나 대규모 신규 충전소를 설치할 부지를 확보하는 데는 비용 등의 측면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유산업은 이미 전국 각지에 주유소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으며 유통 체계를 운영한 경험도 있다. 이는 정유사가 수소 공급 및 유통 산업에 기존 직영주유소 유통망과 연계해 진출할 경우 다른 경쟁자보다 우위에 설 수 있다는 의미다.
정유사들 역시 수소경제에서 파생되는 사업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지난해 6월 국내 최초로 울산에 ‘복합에너지스테이션’을 개장하고 휘발유·LPG 등 전통 연료뿐 아니라 수소까지 판매하고 있다.
김 팀장은 “최근 사우디 아람코 등 주요 석유기업들도 수소 경제에 관심을 갖고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는 게 사실”이라면서 “수소경제 이행과 성장은 석유산업에 새로운 활로를 제공해 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