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오제키 슈이치 데상트 사장은 전날 일본 오사카에서 중기 경영비전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에서 오제키 사장은 “(한국의 불매운동이)7월 이후 실적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9 회계연도 1분기(4~6월) 한국에서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 증가했지만 이후 실적은 장담을 못한다는 것이다.
데상트는 지난 2000년 한국에 진출했다. ‘아디다스’ ‘나이키’ 같은 미국·유럽 브랜드와 한국 토종 브랜드의 중간 포지션을 노린 마케팅이 적중하면서 한국에서 급성장할 수 있었다. 여기다 한국 야구 대표팀 유니폼 외에 육상, 체조 등 아마추어 스포츠팀 유니폼으로 채용되면서 인지도를 높였다. 스포츠웨어를 일상에서 입는 ‘어슬레저룩’ 수요도 급성장에 일조했다.
그러나 과거사에서 비롯된 한일 간 갈등으로 한국 내에서 반일 감정이 격해지면서 역풍을 고스란히 맞고 있다. 이에 내부에서는 한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자성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데상트에게 한국은 전체 매출의 50%가 넘는 핵심 시장이다.
한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데는 오제키 사장이 가장 적극적이다. 데상트는 일본에서는 이례적으로 적대적 TOB(주식공개매수)를 거쳐 지난 6월에 이토추상사에서 오제키 사장을 맞았다. 적대적TOB에 이르기까지의 협상에서 이토추는 ‘한국 의존’ 등의 문제를 둘러싸고 데상트와 대립했다고 한다.
이토추의 섬유 부문을 이끌던 오제키 사장은 1980년대 ‘먼싱웨어’의 과잉 재고, 1990년대의 ‘아디다스’의 라이선스 계약 중단 등으로 인한 데상트의 경영 위기를 언급하며 “한국 의존도를 수정하지 않으면 제3의 위기는 반드시 온다”고 경고했다.
데상트는 2022년도까지 3년 간의 중기 경영비전에 한국 의존도를 대폭 낮춘 전략을 담았다. 핵심은 ‘중국’이다. 중국 스포츠용품 대기업 ANTA와 이토추, 데상트 3사가 손잡고 ‘데상트’ 직영점을 늘리는 것이다. 향후 중국 내 매장을 1000개 열겠다는 포부다. 오제키 사장은 중국 사업 규모에 대해 “가까운 장래에 중국이 일본과 한국을 넘어설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기 경영비전에 구체적인 수치가 없는 것에 대해선 “지금까지 이상으로 속도를 높이기 위해 ANTA와 검토하고 있다”며 “기다려달라”고 했다.
현재 일본과 한국은 서로 소재의 수출규제를 강화하는 등 갈등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 반일 불매운동은 제품을 넘어 문화로까지 확대하는 상황. 데상트 주가는 29일 한때 1390엔까지 내려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