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람코가 IPO를 2단계로 나눠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내에 일부 지분을 사우디 국내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뒤 내년이나 내후년에 외국시장에 상장하는 방안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아람코는 외국 상장처로 일본 도쿄증권거래소를 염두에 두고 있다. 영국 런던과 홍콩이 각각 정치적 리스크로 불확실성에 휩싸이면서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아람코의 IPO 계획은 지금까지도 몇 차례 거론됐지만 우여곡절 때문에 지금까지 실현되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사우디 반체제 기자 자말 카쇼기가 살해된 것이 상장에 걸림돌이 돼왔다.
당초 아람코는 IPO로 1000억 달러를 조달할 계획이었으나 최종 조달액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현재 검토되는 방안에 따르면 아람코는 사우디 시장에서 최대 500억 달러를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람코가 외국 상장 시장으로 도쿄를 선정하면 그동안 후보지로 유력시되어온 런던과 홍콩의 실망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이들 시장은 모두 정치적 측면에서 미국보다 안전하다고 판단됐으나 현재로선 선정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런던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문제, 홍콩은 범죄인 인도법 시위로 어지러운 상황이다.
무하마드 사우디 왕세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유대를 강화하려고 뉴욕 상장을 검토했으나, 테러 관련 소송에서 사우디 자산이 표적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아람코의 칼리드 알 팔리 회장이 반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6년에 제정된 법에 따라 테러 피해자 가족이 외국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됐다. 사우디는 원유 생산량과 가격을 관리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으로, 국영 아람코가 미국에 상장하면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고소당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상장 실현까지는 갈 길이 멀어 도쿄증권거래소 상장이 실현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게 중론이다. 사우디 당국자와 아람코 자문팀은 WSJ에 “상장 시기와 장소는 미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상장은 정치적 리스크가 적은 도쿄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증권거래소그룹 측도 “아람코의 IPO를 둘러싼 상황에는 변화가 없다”며 “아람코의 도쿄증권거래소 상장을 유치하려는 회사의 입장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