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잘 날 없는 항공업계가 성수기임에도 잔인한 여름을 견뎌내고 있다. 한일 무역전쟁으로 일본 수요가 급감한 상황에서 그나마 숨통을 터 줄 것으로 기대했던 중국이 난데없이 ‘신규 취항 불허’ 통보를 해 항공사들을 더욱 곤란한 상황에 빠뜨리고 있다.
이 같은 잇단 악재들은 여객 실적 감소를 부추기고 있으며, 설상가상으로 지속되는 화물실적 부진은 관련 사업을 축소시키고 있어 항공업계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처했다. 올해 2분기 최악의 분기 적자를 기록한 항공업계가 3분기에도 실적 부진에 시달릴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나오는 배경이다.
2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항공당국은 오는 10월 10일까지 중국 전 노선에 신규취항과 정규 및 임시 증편, 부정기편 운항의 신청을 받지 않겠다고 긴급 통보해 다음달부터 활짝 열릴 예정이었던 신규 한중 하늘길이 갑자기 막혔다.
중국 당국은 “트래픽이 너무 많아 일시적으로 신규운항을 컨트롤하겠다”고 중지 배경을 설명했지만, 일본 노선 운휴와 감편에 대한 대안으로 중국 노선 신규 취항 준비에 박차를 가해오던 국적사들로서는 난감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다음 달 인천~장가계 노선에 주 3회 신규 취항 예정이었던 대한항공과 에어서울은 계획을 보류했다. 또 제주항공도 부산 및 무안 발 장가계 노선(주 3회) 운항을 못하게 됐다. 티웨이항공도 대구~옌지 노선 (주 3회 ), 대구~장가계(주 3회) 노선 신규 취항 계획을 철회했으며, 이스타항공도 인천~정저우(주 4회), 청주~장가계(주 3회) 신규 취항길이 막혔다.
이 뿐 아니라 홍콩 하늘길에도 걸림돌이 발생했다. 최근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을 반대하는 시위대가 공항을 사실상 점거하면서 항공편 결항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는데, 한동안 잠잠했던 시위가 또 다시 거세지고 있어서다.
여기에 계속되는 화물실적 부진은 사업 규모를 축소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10월 1일부터 국내선 청주·대구·광주공항의 화물판매와 운송, 터미널 운영을 중단키로 했다.
실제 올해 상반기 대한항공의 화물부문 매출(내수 및 수출)은 1조2746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0.6% 감소했으며, 아시아나항공 역시 6272억 원으로 7.7% 줄었다. 같은 기간 화물 탑재율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6.2%포인트, 2%포인트 하락했다.
이처럼 끊임없이 발생하는 악재들은 업계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3분기에도 항공사들이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분석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 대비 16.6% 감소한 3351억 원, 제주항공은 8% 가량 줄어든 346억 원이 예상된다. 에어부산 예상치는 71억 원으로 38%나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안그래도 높아진 환율과 한일 무역 갈등이 여객 수익성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갑작스런 신규 노선 취항 제한 통보는 성수기에도 수익을 내지 못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발생시키고 있다”며 “여기에 화물부문까지 수익을 악화시키고 있어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시기”라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