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 일본이 한국을 대상으로 경제전쟁을 시작했다.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배상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핵심 소재와 부품의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뜻하지 않게 보복을 당한 한국도 어쩔 수 없이 맞대응해 한일 경제전쟁은 확산하는 추세다. 한국경제는 수출을 가로막는 미·중 무역전쟁의 포화 속에서 산업의 생명줄을 끊는 일본의 경제 공격까지 받아 극한의 상황에 빠지고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한일 갈등이 강대강으로 치달으면서 한미일 안보협력체제가 흔들리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북한의 도발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의 세력 팽창을 자극할 수 있다. 안보 불안은 불확실성을 극대화해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경제를 회복이 어려운 궁지로 밀어넣는다. 자칫하면 한국경제는 사면초가의 전쟁터에서 길을 잃을 수 있다.
미중 경제전쟁과 한일 경제전쟁은 단순하게 수출과 수입을 다투는 무역갈등이 아니다. 미국과 중국, 한국과 일본이 각각 자국 경제의 운명을 걸고 싸우는 국가 전쟁이다. 무력하게 대응해 패전국이 되면 경제후진국으로 전락하고 강력하게 대응해 승전국이 되면 경제패권을 차지한다. 지난 50년간 한국경제는 경이로운 성장을 해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넘는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최근 조선, 철강, 자동차 등 주력산업이 경쟁력을 잃고 잠재성장률이 떨어져 지속적인 발전이 불투명하다. 이런 상태에서 양대 경제전쟁의 타격이 본격화하면 산업 기반이 무너져 경제가 붕괴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와 국민이 혼연일체가 되어 경제전쟁을 이겨내는 국력의 결집이 절실하다.
정부의 경제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경제국가들은 무역전쟁을 불사하며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보호무역 정책을 펴고 있다. 특히 법인세 인하, 규제 완화, 금리 인하 등 친기업 정책을 경쟁적으로 펴 경제성장률을 높이고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한국의 경제정책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는 산업정책보다 정부 예산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복지정책에 치중하고 있다. 경제가 성장능력을 갖춰야 세수가 늘어 복지정책을 펼 수 있는데 복지정책부터 펴는 것은 정책의 순서가 바뀐 것이다. 여기에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의 새로운 노동정책은 기업경영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경제성장률 하락과 정부 재정적자가 꼬리를 무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국제경쟁력이 떨어져 경제전쟁의 대응이 어렵다.
국가가 영토전쟁을 벌일 때 전쟁터에 나가 싸우는 것은 군대다. 국가가 경제전쟁을 벌일 때 시장에서 싸우는 것은 기업이다. 군대가 전투력이 약하면 전쟁에서 지고 영토를 빼앗긴다. 기업이 경쟁력을 잃으면 경제전쟁에서 지고 시장을 빼앗긴다. 경제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기업들을 정예화해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정책이다. 정부가 규제개혁, 노사개혁, 조세개혁 등의 시장 친화적 정책을 펴면 재벌을 위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있다. 기업발전 정책과 공정거래 정책은 다른 것이다. 물론 공정경제 실현을 위해 대기업의 불법거래와 비리는 막아야 한다. 그렇지만 공정거래를 빌미로 기업발전 정책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잘못이다. 정부는 한시바삐 산업구조를 혁신하고 첨단기업들을 일으켜 경제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올바른 기업발전 정책을 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