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종 송파농협조합장이 대의원뿐 아니라 이사회 구성원까지 자기 사람으로 채워 대의원회의와 이사회를 장악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외부 견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구조가 지속된 것이다.
19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2018년 기준 송파농협 대의원 74명 중 69명이 이 조합장과 가까운 지인으로 확인됐다. 조합장의 연봉인상과 임원선출 등 대의원회의에 올라온 안건들을 무리 없이 통과시킬 수 있는 틀을 완성한 셈이다.
◇이사선출 ‘입맛대로’ … 농협중앙회 출신 선호 = 이 조합장은 대의원을 자기편으로 만든 틀을 바탕으로 이사회를 장악했다. 송파농협의 이사회 이사 14명 모두 이 조합장의 동문 혹은 지인이거나, 이 조합장이 직접 농협중앙회에서 영입한 인물들이다. 조합장을 견제해야 하는 이사회가 조합장의 거수기로 전락할 수 있는 배경이다.
이 조합장은 대의원 과반수 투표를 필요로 하는 이사나 감사 선출 시 자신이 직접 추천한 후보 1명 외에는 후보를 받지 않는 방식으로 자기 사람을 심었다. 시OO 상임이사, 장OO 사외이사, 강OO 상임감사도 이 조합장의 추천을 받고, 단일후보로 나와 당선됐다. 대의원 다수가 이 조합장의 측근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지적이다.
전 상임이사 박민주(가명) 씨는 “송파농협 정관에 보면 상임이사와 사외이사는 인사추천위원회에서 추천된 사람을 총회에서 선출한다고 돼 있는데, 인사추천위원회에 조합장이 들어가 있다”면서 “항상 조합장의 추천을 받은 사람이 선출되는 암묵적 규칙이 있었기 때문에 언제나 후보는 딱 1명 이었다”라고 지적했다.
송파농협 정관 제54조는 상임이사 및 상임감사는 인사추천위원회에서 추천된 사람을 총회에서 선출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해당 인사추천위원회에는 조합장도 들어가기 때문에, 사실상 조합장 추천이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2017년 1월 진행된 상임감사 선출에도 이 조합장이 추천한 강 씨가 단독 후보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상임감사 강 씨는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회 사무처장 출신으로 이 조합장이 직접 데려온 인물이다.
현 송파농협 대의원 김갑용(가명) 씨는 “이 조합장이 농협중앙회 출신을 굉장히 선호한다”면서 “상임감사 강 씨의 경우 농협중앙회 감사실에 있다가 송파농협으로 온 사람이다. 송파농협이 농협중앙회로부터 경고를 받거나 감사를 당할 때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사외이사 장 씨 역시 농협중앙회에서 근무하다 송파농협으로 넘어왔다. 김 씨는 “농협중앙회 퇴직자들을 송파농협으로 많이 데려와서 농협중앙회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는 것이 이 조합장의 목적 아니겠냐”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 조합장은 “농협중앙회 출신이 송파농협 감사를 방어해준다는 지적이 전혀 틀린 것은 아니지만, 송파농협을 감사할 때 같이 일했던 직원보다 감사 업무를 해왔던 전문인이 더 업무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오히려 송파농협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의도였다”라고 해명했다.
◇영농회장·작목반장이 조합원 관리… 구시대적 감시 체계 = 송파농협 내 지역 조합원을 관리하는 영농회장 19명 중 17명이 이 조합장 측근인사로 확인됐다. 이 조합장은 영농회장과 작목반장도 자신의 편으로 관리하면서 송파농협을 자신의 사기업처럼 관리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이 조합장은 각 동을 담당하는 영농회장과 작목반장을 통해 조합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받았다.
전 영농회장 이수만(가명) 씨는 “작목회는 이미 5~6년 전에 사라졌지만 이 조합장이 작목반장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작목반장이라는 과거의 감투를 아직도 씌워주고 있는 것”이라면서 “작목반장도 대의원도 함께하고 있기 때문에 이 조합장이 관리를 할 수밖에 없는 인물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