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광화문 광장이 완공된 것은 2008년. 16차로를 10차로로 줄이면서 도로 한가운데에 보행자 중심의 여가공간과 역사문화 명소를 만드는 구상에서 시작됐다. 진영 장관이 취임한 후 양측이 합의된 듯 보였으나 지난달 30일 행안부가 1차 공문을 보내며 마찰은 다시 시작됐다.
“완전히 합의된 바는 없다.”(진영 행안부 장관)
“장관님과 제가 업무협약만 맺으면 될 정도로 다 정리했는데 갑자기 왜 표변했는지 알 수 없다.”(박원순 서울시장)
서울시와 행안부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를 두고 서로 다른 말들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행안부는 공문에서 “우리 부는 재구조화 사업과 관련한 논란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민과 시민 등의 폭넓은 이해와 지지, 시민단체와 전문가의 참여 속에 추진돼야 한다고 보고 전반적 사업 일정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며 1차 공문 내용을 언급했다.
행안부는 “이런 협조 요청에도 서울시가 국민과 시민의 이해를 구하는 별도 절차 없이 세종로 지구단위계획 변경고시를 진행한 것을 우려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이런 선행조치 없이 월대 발굴조사를 위한 임시 우회도로 공사 등을 진행할 경우 정부서울청사 편입 토지 및 시설물 등에 대한 추가 논의가 어렵다는 입장을 알려드린다”고 경고했다.
행안부의 여론수렴요구와 관련해, 서울시 내부에서도 “여론수렴이 미진한 부분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그건 시의 잘못”이라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행안부가 국민, 시민, 여론 수렴을 이야기하지만 반대하는 실상은 토지를 수용당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행안부는 사직로 우회도로가 조성되면 정부서울청사 부속 건물이 훼손된다며 김부겸 전 장관 시절부터 반발해왔고, 황승진 행안부 청사관리과장은 이달 16일 CBS와 가진 인터뷰에서 “저희는 협조는 하고 있지만 사실 (토지가 수용되는) 피해자”라는 속내를 밝히기도 했다.
이어 황승진 청사관리과장은 “서울시의 행정절차 강행 시 우리가 쓸 수 있는 방법은 우리 부지를 못 내 준다고 하는 것 외에는 마땅한 대응 수단이 없다. 토지주로서 일반 민간인과 처지가 같다”고 말해 이번 서울시의 광화문 재구조화 반대의 속내를 대놓고 드러내고 있다.
전국에서 토지 수용을 해오던 정부 부처가 막상 자신들이 토지를 수용당하게 생기니 반발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에 일부에서는 “토지를 수용당할 입장이 돼 보니 이제 그 마음을 알겠는가”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행안부야 서울시를 능가하는 권력과 힘을 가진 부처이기에 결국은 서울시가 토지 수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제시하겠지만 일반인이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천막 치고 농성하는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광화문 재구조화 자체에 대한 찬반, 누구 말이 옳고 그르냐를 떠나 서울시가 행안부를 비롯한 13개 정부부처에 역지사지(易地思之)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 준 것은 분명해 보인다.
부디 앞으로는 행안부부터 정책에 따른 피해자 내지는 손해를 볼 수 있는 사람 입장도 헤아리면서 일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skj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