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과거의 아픈 역사를 딛고 일어서 우리가 강해짐으로써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가 되게 하자고 했다. 역사를 딛고 일어선다는 것은 바로 역사를 통해 진실을 확인함으로써 시비(是非)를 바르게 한다는 뜻이다. 옳고 그름을 바르게 판단하여 옳은 것을 권장하고 그른 것을 처단하면 사회정의가 바로 선다. 정의가 바로 서면 국민들의 마음이 하나가 되어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매진할 수 있기 때문에 부강한 나라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한비자’에도 “국가의 안위는 옳고 그름을 분명하게 하는 데에 달려 있지, 힘이 강하고 약함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安危在是非 不在於强弱)”는 말이 있다.
시비를 바르게 한다는 것은 단절해야 할 것을 제때에 제대로 단절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마천의 ‘사기(史記)’ 제도혜왕세가(齊悼惠王世家)에는 “마땅히 끊어야 할 때 끊지 않으면 도리어 끊지 않은 것이 만들어 내는 혼란을 받게 된다”는 말이 있다. 원문은 “당단부단當斷不斷, 반수기란反受其亂”이다. 각 글자는 ‘마땅 당(當)’, ‘끊을 단(斷)’, ‘아니 불(不)’, ‘도리어 반(反)’, ‘받을 수(受)’, ‘그 기(其)’, ‘어지러울 란(亂)’이다. 1965년 6월 22일, 한·일국교정상화를 위한 기본조약을 체결할 당시, 종군위안부 문제나 독도 문제에 대한 일본 측의 애매한 입장을 단호하게 끊어내고 명확한 우리의 입장을 확고히 했다면 우리는 지금 일본의 역사왜곡에 휘둘리는 분노를 참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그때 끊어낼 것을 끊어내지 못한 후유증으로 인해 일본의 억지 주장을 듣고 있어야 하는 현실에 분통이 터진다. 그리고 광복 후에, 분명하게 끊어서 분류했어야 할 친일파들을 오히려 보호한 결과, 오늘날 친일파들이 되살아나 망언들을 쏟아내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지금이라도 끊어낼 것은 끊어내야 더 이상 그들이 조장하는 난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