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 떨어진 방탄소년단(BTS) 교통카드를 주워가면 점유이탈물 횡령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아이돌 그룹 멤버의 사진이 담긴 교통카드는 본래의 용도를 넘어 소장품으로서 기능한다는 취지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조병구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절도)와 점유이탈물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56) 씨의 국민참여재판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김 씨는 올해 3월 서울 마포구 인근에서 가방과 지갑 등을 3차례 훔치고, 홍익대학교 근처 길가에서 교통카드 5장을 주운 혐의로 기소됐다. 김 씨는 가방과 지갑을 훔친 것은 인정하면서도 교통카드를 주운 행위는 원소유자들이 소유권을 포기한 물건이기 때문에 점유이탈물 횡령죄가 될 수 없다며 국민참여재판을 요청했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습득한 교통카드 5장이 점유이탈물에 해당하는지였다. 배심원 7명 중 4명은 점유이탈물로 봤고, 3명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 씨가 주운 교통카드가 점유이탈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교통카드 중에는 아이돌 그룹 BTS와 레드벨벳의 특정 멤버 사진이 담겨 있다"며 "단순히 교통카드의 용도를 넘어 소장품으로서 기능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거래 가격도 프리미엄 등이 부가돼 초기 구매 가격을 초과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금액 충전 여부와 별개의 재산적 가치가 있는 재물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재판부는 "교통카드를 습득하고도 경찰에 분실물 신고를 하는 등의 반환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비난 가능성이 작지 않다"며 "피고인의 행위를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