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세션(Recession·경기침체) 경고등이 켜졌다. 리세션의 확실한 전조 현상으로 받아들여지는 미국 10년물과 2년물 국채 금리 역전이 2005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발생했다고 14일(현지시간) CNBC방송이 보도했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미국 채권시장에서 이날 장 초반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전일 대비 5.7bp(bp=0.01%포인트) 떨어진 1.619%까지 떨어지면서 2년 만기 미국채 금리 1.628%를 밑돌았다.
채권시장의 불안한 움직임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미국 국채 30년물 금리는 이날 1.97%까지 하락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2%선이 붕괴했다.
10년물과 2년물 금리 역전과 30년물 금리 사상 최저치 기록 등 이날 벌어진 두 가지 역사적인 움직임은 투자자들이 미국과 세계 경기둔화에 대비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CNBC는 풀이했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유럽 시장에서도 채권에 강한 매수세가 유입됐다. 영국 국채 10년물과 2년물도 미국과 같은 금리 역전 현상이 일어났으며 독일 국채인 분트 10년물과 30년물 금리는 모두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프랑스 10년물 국채 금리도 역시 사상 최저치를 찍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실물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경제지표로 확인되면서 리세션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고조된 상태다.
특히 시장은 경기침체의 확실한 신호로 불리는 미국 국채 10년물과 2년물 금리 역전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이미 미국 10년 만기 국채와 3개월, 6개월, 1년 만기 국채 사이에서는 금리 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으나 이는 ‘오프닝’에 불과했다며 그동안 투자자들은 10년-2년물 금리를 관망했는데 이제 그 선을 넘었다고 평가했다.
장단기 금리 역전이 일어나도 증시가 당장 붕괴하는 것은 아니다. 크레디트스위스의 분석에 따르면 1978년부터 이날 전까지 총 5차례의 10년-2년물 미국채 금리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뉴욕증시 S&P500지수는 금리 역전 이후 1년간 평균 12% 올랐으며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기까지 약 18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문제는 이들 5차례의 금리 역전이 항상 리세션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크레디트스위스는 금리 역전 이후 평균 22개월 뒤에 리세션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가장 최근에 금리 역전이 일어난 2005년 말 이후 2년 뒤인 2007년 12월 이른바 ‘그레이트 리세션(Great Recession·대불황)’이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붕괴 사태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지는 대혼란의 시기가 펼쳐진 것이다. 앞서 2000~2001년 닷컴버블 붕괴 이전에도 예외 없이 장단기 금리 역전이 일어났다고 CNBC는 강조했다.
웨드부시증권의 아서 배스 채권 담당 매니징 디렉터는 “지금은 매우 이례적인 시기”라며 “지난 80년간 우리는 미중 무역분쟁과 같은 관세 문제가 없었다. 또 일본과 유럽 국가 대부분에서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다. 거듭해서 말하자면 나는 금리 역전을 리세션 전조 신호로 존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가 전날 발표한 투자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34%가 “1년 이내 글로벌 경제가 침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2011년 10월 이후 8년 만에 가장 많은 투자자가 경기침체를 예상한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도 강해지고 있다. 시장은 9월 금리 인하를 확실시하고 있다. 연준이 10월 이후에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할 때마다 금리를 낮츨 것이라는 예상도 많아졌다. 그러나 연준의 금리 인하만으로는 경기침체를 피할 수 없다는 견해도 증가하고 있어 향후 시장 불확실성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