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국제 무역에서 부적절한 운영을 하는 국가와는 협력이 힘들고 수출 통제가 필요하다”며 한국의 백색국가에서 일본을 제외하는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어 20일간 국내 의견을 수렴하고 9월 중 시행을 목표로 한다고 덧붙였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일본에 수출할 때 필요한 서류가 3종류에서 5종류로 늘어나거나 심사 기간이 5일에서 15일 이내로 길어지는 등 종전보다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이미 한국 언론들은 이번 조치가 일본의 수출 관리 강화 조치의 대응책이라고 전한 바 있다.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수출 관리상 구분에서 종래 일본과 미국이 포함된 최고 우대국 그룹을 가-1과 가-2라는 2단계로 나누어 일본을 9월 중 하위그룹인 가-2로 강등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8월 2일 한국을 수출 관리상 “가장 우대한다”라는 그룹 A에서 제외하고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나라가 들어간다”는 그룹 B로 강등하기로 한 것과 비슷한 조치다.
강제 징용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시작된 일본의 대한국 수출 관리 강화에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를 계기로 시작된 점에서 일본의 조치는 더욱 부당하다”라고 거듭 비판해 왔다. 이번 한국의 조치에 대해서는 일본에 “감정적으로 대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도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서울 중구에선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촉구하는 ‘NO JAPAN’ 깃발이 철거되는 등 시민들은 성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일본에 대한 태도는 당분간 강경 자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를 발표하면서도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일본이 협의를 요청하면 그 문은 항상 열려 있다”고 말해 일본에 관한 대화의 창을 열어놓았다. 한국 정부의 대일 정책은 유연성이 있는 강경 자세인 셈이다.
한국 정부의 일본 수출 관리 재검토 발표에 대해 일본 외무성 부장관이 즉각 반응했다. 사토 마사히로 외무성 부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이번 한국 측 조치가) 일본의 수출 관리 재검토에 대한 대항 조치라면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이라 할 수 있다”며 “어떠한 이유인지 세부적으로 확인하겠다”고 언급했다.
한편 사토 부장관은 “한국에서 일본으로 수출되는 전략물자는 거의 없는 것이 아닌가”라면서 실질적 영향에 대해 확인하겠다는 의향을 내비쳤다. 7월 1일 아베 신조 정권이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소재 3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를 전격적으로 발표했고 7월 4일 실제적 규제조치에 들어간 것이 일련의 수출 규제 시작이었다. 일본은 추가 조치로 8월 2일 한국을 그들의 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했다.
일본의 이 같은 수출 규제에 대해 아베 총리와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강제 징용자 판결 문제 등으로 한국과의 신뢰 관계가 손상됐기 때문이라고 언급해 일본의 주요 언론들마저 일본 정부의 보복조치 일환으로로 수출 규제가 감행되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런데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은 최근 이번 조치가 경제 보복과 관련 없고 한국에 부여해 온 수출 혜택을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동일하게 폐지하는 것뿐이라고 말을 바꿨다. 그러면서 일본에서 한국으로 수출된 전략물자 중 행방이 불투명한 것이 있고 북한 등으로 밀수출됐다는 우려가 있는 것이 규제 이유라고 강변했다. 이 같은 일본 정부의 확인도 안 되는 주장을 일본 내 극우매체들은 계속 보도했다. 그러나 한국으로부터 북한으로 밀수출된 전략물자는 단 한 건도 확인되지 않았다.
한국 측은 일본 정부의 과거 수출 관리 실태를 폭로해 일본으로부터 북한으로 밀수출된 전략물자나 군용으로 전환될 수 있는 물자들의 존재를 공개해 일본이야말로 북한으로 전략물자를 밀수출해 온 나라라고 비판했다. 그 후 일본 정부는 다시 말을 바꿔 한국의 수출 관리가 미흡하기 때문에 백색국가에서 제외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일본 측은 수출 관리로 말을 바꿨음)’가 경제보복으로 간주될 경우 WTO에서 한국이 유리한 입장이 될 것이다. 반대로 일본 측이 주장하는 안보상의 이유가 인정될 경우 한국이 이 문제를 WTO에 제소해도 일본이 승소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의 조치로 수출 규제를 둘러싼 두 나라의 신경전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