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노경민 프로는 13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퇴근 후 앰프를 만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주 52시간제가 시행된 이후 저녁에 자기 계발 활동을 하는 삼성SDI 직원들이 늘어나면서 회사측은 직원들의 독특한 취미 활동을 소개하는 ‘퇴근 후 뭐하세요’라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임직원들의 저녁 있는 삶을 응원하겠다는 취지다.
인사팀에서 근무하는 노 프로가 엠프 제작이라는 특이한 취미를 가지게 된 것은 유년 시절 경험 때문이다.
그는 “아버지가 장만해놓은 전축을 접해서 그런지 어렸을 때부터 음악에 관심이 많았다”며 “청소년 시절에는 미니 카세트플레이어를 들고 다니면서 음악이 흘러나오는 오디오에 대해 호기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10여 년 전 국내 음향기기 브랜드에서 구매한 진공관 앰프 키트를 하루 종일 조립해 스피커에 연결한 적이 있다. 그때 들었던 음악에 대한 감동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회상했다.
음악을 좋아해도 앰프를 조립해 듣고 싶은 음을 찾는 작업은 노 프로에게도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앰프를 만들기 위해선 진공관의 원리, 음향 이론뿐만 아니라 IT 관련 프로그램이나 리눅스 등 운영체제에 대한 광범위한 지식을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노 프로는 “관련 서적들을 통해 트랜지스터, 콘덴서 등 전자 소재에 대해 틈틈이 공부한다. 온라인 카페에 공유되는 정보도 익히고 있다”며 “앰프를 조립할 때 세세한 부분까지 꼼꼼히 확인하고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은 평상시 하는 업무와 맥이 통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도 원하는 음을 찾기 위해 앰프 만들기에 전념한다는 계획이다. 앰프 만들기가 다른 취미 활동과 비교했을 때 큰 비용이 들어갈 수 있지만, 이는 자신의 취미에 얼마나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노 프로는 “스마트폰이나 작은 콤팩트 카메라도 충분히 좋은 사진이 나올 수 있지만, DSLR처럼 세밀한 초점이 돋보이는 사진은 얻을 수 없다”며 “업체에서 만든 앰프의 소리를 들을 때 브랜드가 지향하는 음의 성향에 스스로를 맞춰가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직접 앰프는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재미와 희열을 느낄 수 있지만 더 나아가 본인의 취향에 맞는 소리를 찾는 데 의의가 있는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