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발표했다. 전략물자 수출입 절차에서 우대했던 백색 국가 '가 지역'을 '가의 1', '가의 2'로 나누고 일본은 '가의 2' 지역으로 포함하는 게 핵심이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가의 2' 지역에는 4대 국제수출통제(바세나르 체재ㆍ핵 공급 그룹ㆍ미사일 기술 통제 체제ㆍ오스트레일리아 그룹) 가입 국가 중 국제수출통제 원칙에 맞지 않게 수출통제제도를 운영하는 국가가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를 겨냥한 발언이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도 “자유로운 민간 교역을 훼손하는 나라와 수출 통제 공조를 논의하기 힘들어진 게 아니냐”고 말했다.
'가의 2' 지역으로 분류되면 '가' 지역일 때 받았던 포괄허가 혜택을 사실상 잃어버린다. 비민감 전략물자 1138개 품목이나 상황허가 품목(캐치올 품목ㆍ재래식 무기, 대량살상무기로 전용될 우려가 있는 비전략물자)을 한국에서 수입할 때마다 건건이 개별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개별허가 절차도 까다로워진다. 신청서류는 세 가지에서 다섯 가지로 늘어나고, 심사 기간도 5일에서 15일로 길어진다. 산업부에선 화학제품이나 ICT 제품 등이 고시 개정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풀이한다.
다만 이 같은 수출 규제 조치는 처음에 정부가 예고했던 조치보다는 강도가 낮다. 2일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직후, 정부는 일본을 기존 비(非) 백색국가인 '나 지역'보다 수출 절차를 강화하는 '다 지역'으로 분류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8일 논의를 보류하고 수출 규제 수위가 완화된 이번 안을 내놨다.
이 같은 정부의 선택은 일본의 백색 국가 제도 개편에 대응 수위를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백색 국가 제도를 화이트 리스트ㆍ비(非) 화이트 리스트에서 AㆍBㆍCㆍD로 세분화하고 한국, 리투아니아 등 4대 국제 수출통제체제 일부를 B그룹으로 분류했다. 관가 안팎에선 이달 초 일본이 수출 규제 품목인 포토 레지스트의 한국 수출 한 건을 허용하면서 확전 기류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14일께 개정안을 고시할 예정인 정부는 그사이 일본과의 협의 여지도 남겼다. 20일간의 행정 예고를 거쳐 다음 달 초 고시가 시행될 때까지 협상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고시를 지렛대로 협상 여지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박태성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의견수렴 기간 동안에 일본 측이 희망할 경우 저희가 언제든지 협의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일본 측 의견 중에 적절하고 수용할 부분들이 있으면 수용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한국과의 양자 협의를 한사코 거부하고 있어 이 같은 구상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