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 업계가 잔인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몰고 온 금리인하 도미노와 부진한 트레이딩, 은행 자동화 등의 영향으로 업계에 대규모 칼바람이 불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HSBC, 바클레이스, 소시에테제네랄, 씨티그룹, 도이체방크 등 유수의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올해 4월 이후 약 3만 명을 해고했다. 이 가운데 도이체방크가 절반을 차지하는 등 대부분의 구조조정이 유럽에서 이뤄졌다.
미국 뉴욕주 노동부는 지난 6월 뉴욕의 상품·증권 트레이딩 부문에서의 일자리가 전년 동기 대비 2%, 약 2800개 사라졌다고 밝혔다.
금융권 경영진은 투자자들로부터 비용 절감과 실적 압박을 받고 있다. 작년 11월 미국 장기금리가 하락하기 시작한 이후 미국 은행 종목을 추적하는 KBW지수는 5% 하락했다. 같은 기간 S&P500지수가 6% 상승한 것과 대조된다.
은행마다 구조조정에 나선 사정은 제각각이지만 금리 하락과 수익성 악화라는 공통의 이유가 존재한다. 이달 초 바클레이스는 올 2분기에 전체 인력의 4%인 3000명을 감원했다고 발표했다. 그 며칠 후 HSBC도 약 5000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씨티그룹도 지난달 수백 개의 일자리를 없앴고, 도이체방크는 전면 개혁을 내세우며 전체 인원의 20%인 1만8000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FT는 지금까지 공식 발표된 은행권의 감원 인력은 전체의 6%에 해당한다고 집계했다.
베렌버그의 앤드류 로 은행 전문 애널리스트는 “투자은행이 매출을 내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제로, 심지어 마이너스 금리 환경은 투자은행이 돈을 벌기 힘든 구조”라고 평가했다.
FT는 투자 환경의 변화도 은행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화 거래, 소극적 투자 전략 등이 주식과 선물 트레이딩 부문 매출을 떨어뜨린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글로벌 상위 12개 은행들이 채권, 외환, 상품 트레이딩에서 거둔 매출은 2006년 수준으로 주저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