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7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장단기금리차 축소와 경제의 축소균형 문제를 집중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가계부채 우려도 여전했지만 상시 변수화한 분위기여서 이번 기사에선 제외한다.
반면 대표 비둘기파(통화완화파)인 조동철 추정 위원은 “(한은) 성장률 전망의 경우 하방 리스크가 여전히 더 커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의견을 밝히는 자리에서도 “현 시점에서의 기준금리 0.25%p 인하만으로 경기를 가시적으로 회복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해 추가 인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8월 금리인하설이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한은 의사록만 놓고 보면 당장 추가 금리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의사록에 나타난 금통위원들의 고민들을 정리해 봄으로써 향후 통화정책방향을 유추하는 밑거름이 되고자 한다.
앞서 7월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하한 1.50%로 결정했다. 한은 금리인하는 3년1개월만이며, 지난해 11월 금리인상 이후 기조를 전환한 것이다.
◇장단기금리 역전, 경기국면과 연관짓기 어려워..현재도 완화적vs균형금리 하락 맞춰 조정 = 한은 집행부는 국고채 10년물과 기준금리간 장단기금리 역전 현상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큰 때문이지 경기국면과 연관짓기 어렵다는 진단을 내놨다. 아울러 금리인하 직전 금리수준도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평가했다. 사실상 현재의 경제상황에 대해 긍정적이란 판단을 내린 셈이다.
2000년대 들어 장단기금리차가 6개월 이상 100bp를 초과해 축소된 사례는 총 여섯 번이 있다. 주로 장기금리 하락에 의해 발생했으며 금융위기 이후에는 장기금리 수준 자체가 크게 낮아지면서 장단기금리차 축소시 역전빈도가 높아지고 역전 기간과 폭도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최근 장단기 금리차 축소와 관련해서는 “작년 5월 이후 올 3월까지는 미·중 무역분쟁 심화, 미 연준 통화정책 기조 변화 가능성 등 대외요인에 주로 기인했으며, 올 4월 하순 이후에는 이같은 대외요인에 국내경기의 하방리스크 증대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진 때문”이라고 봤다.
다만 위 일부위원은 “우리 기업들의 투자가 크게 위축된 것은 금리가 높아서라기보다는 단기적으로 미·중 무역갈등 같은 요인에 더해 정책적인 부분이나 저출산, 고령화 등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들이 결부돼 있기 때문이라는 일부 진단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금리인하를 통해 투자를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까 하는 문제는 차치하고, 금리를 인하하지 않으면 긴축이 된다는 원론적인 측면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균형금리 하락에 맞춰 기준금리 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잉여 저축이 생기고, 결과적으로 유동자금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과 미국의 장기금리에 내재된 기간프리미엄 간 상관관계가 높아진 배경과 관련해 한은 집행부는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정책 등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크게 증가한 가운데 선진국과 더불어 우리나라와 같이 대외신인도가 양호한 국가의 국채에 대한 수요가 함께 증가한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기간프리미엄(텀프리미엄·term premium)이란 장기채권을 보유할 경우 요구되는 추가 수익률을 뜻한다. 반면 “장기금리가 대외요인에 영향을 받을수록 기준금리 조정시 시장금리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일부 제약될 소지는 있다”고 진단했다.
◇경상성장률 하락 및 GDP디플레이터 마이너스 가능성 = 일부 위원들은 총생산물을 가격으로 계산한 경상(명목)성장률 하락과 국가의 총체적 물가변동을 의미하는 GDP디플레이터(deflator·가격변동지수) 마이너스 가능성을 우려했다.
조동철 추정 위원은 “지난해 경상성장률과 총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은 3% 내외이며, 세부적으로는 가계 및 비영리단체가 4.8%, 정부가 6.8% 각각 증가한 반면 법인은 5.3% 감소했다. 법인의 총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10년부터 자료가 있는 최신 시계열을 기준으로 처음”이라며 “감가상각비를 반영한 순처분가능소득을 기준으로 할 경우 마이너스폭이 더 커진다”고 밝혔다. 실제 최신 시계열로 본 지난해 기업 순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은 마이너스(-)18.3%로 2011년(-2.7%)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며, 마이너스폭도 총처분가능소득 감소폭보다 컸다.
그는 이어 “최근 임금동향이나 세수증가율 등을 감안해 올해 수치를 전망해 보면, 가계소득과 정부소득 증가율이 지난해보다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고, 법인소득도 지난해 반도체호황에도 실적이 좋지 않았다는 점에서 올해는 두 자리수 마이너스폭을 기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종합해볼 때 금년 경상성장률이 크게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연간 수치도 1분기 중 경상성장률인 1%대 초반 언저리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올해 GDP디플레이터 상승률도 상당폭 마이너스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조 위원은 또 “경상성장률은 궁극적으로 경제주체들의 소득”이라며 “특히 경상수지를 같이 감안할 경우 나라 전체의 소득이 상당히 줄어듦에 따라 저축할 여력이 축소되고, 그 결과 투자가 부진함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 흑자도 줄어드는 일종의 축소균형 모습이 나타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위원도 “지난해 경상성장률이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3.1%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더 낮아질 가능성에 대해 우려한다”며 “일부 외부기관에서는 금년 GDP디플레이터 상승률을 0% 전후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편 윤면식 부총재 추정 위원은 “우리 경제 입장에서는 수출이 외수이므로 보호무역주의 확산이 수요충격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글로벌경제 전체 관점에서는 경제요인은 물론이고 정치·외교적 요인에 의해서도 교역이 위축되고, 그 결과 글로벌 가치사슬이 약화되는 현상은 공급충격에 가까워 보인다”며 “보호무역주의 확산이 장기화될 경우 우리 경제에도 공급충격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경제에서는 저출산·고령화, 신성장동력 미흡, 생산성 증가세 둔화 등 여러 구조적 변화로 인해 성장잠재력이 예상보다 빠르게 낮아지고 잇다”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공급충격 부작용이나 경제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여러 측면에서의 구조개혁이 더욱 긴요하다”는 견해를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