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적이 영국 경제 거의 모든 부문에서 활동이 예상보다 약화하고 있음을 가리키고 있다고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경종을 울렸다.
제조업과 건설 부문은 빠르게 위축되고 있으며 기업 투자심리도 약화하고 있다. 그동안 영국 경제 대들보 역할을 했던 서비스 부문도 후퇴하고 있다.
영국 통계청(ONS)이 전날 발표한 2분기 GDP는 전분기 대비 0.2% 감소했다. 영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은 2012년 4분기 이후 6년 반 만에 처음이다.
제조업 부문은 지난 분기에 마이너스(-) 2.3%, 건설업은 -1.3%, 농업은 -0.4%의 성장률을 각각 기록했다. 기업 투자는 0.5% 감소했다. 서비스 산업은 0.1% 증가에 그쳤다.
지난 분기 GDP 부진의 단기적인 원인은 기업들이 당초 3월 말로 예상됐던 브렉시트를 앞두고 재고를 쌓아놓았으나 브렉시트가 10월 말로 연기되면서 2분기에는 재고와 순무역이 강하게 변동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이너스 성장 배경에는 제조업 부문의 글로벌 경기하강과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베렌버그의 캘럼 픽커링 이코노미스트는 “집에서의 문제만이 아니라 해외에서의 문제들도 있다”며 “하반기에도 경제성장이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지드 자비드 영국 재무장관은 “경제전망은 여전히 독일, 이탈리아, 일본보다 좋다”며 애써 긍정적인 부분을 피력하고 있다. 그러나 수출의존도가 높은 독일과 이탈리아 등은 글로벌 무역성장 둔화에 어떤 선진국보다 취약하며 일본은 오랫동안 저성장에 고전하고 있다고 FT는 꼬집었다.
전문가 대부분은 영국이 ‘노 딜 브렉시트’를 피하면 경제가 단기적으로 회복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일부 기업이 10월 브렉시트 마감기한을 앞두고 다시 재고를 비축하기 시작했으며 자동차 업체들도 올 초 공장을 일시적으로 문 닫은 영향을 상쇄하고자 휴가철인 8월에도 생산을 계속하고 있다. 이는 하반기 경제성장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고용시장 호황과 최근 임금 인상 등으로 가계금융도 비교적 건전한 상태여서 소비지출이 증가세를 유지할 수 있다. 지난 분기 정부 지출이 전분기보다 0.7% 증가하는 등 정부도 경제 지원 태세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브렉시트 불확실성이 계속해서 기업들의 투자를 억제하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이달 초 올해 영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1.3%로 제시했으나 이는 원활한 브렉시트가 이뤄졌을 때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는 “노 딜 브렉시트가 일자리 상실과 인플레이션 급등으로 이어져 국민 실질소득에 타격을 줄 것임은 분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