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세계, 지역농협] CCTV 근태 감시...조합장 집안 경조사 임직원 동원

입력 2019-08-09 05:00 수정 2019-08-12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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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남 결혼식 주차요원으로 참석...여직원, 암묵적 세배 강요도 논란

박준식 관악농업협동조합장이 직원과 조합원들을 자신의 수족처럼 여기며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8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가족의 애경사에 직원을 조직적으로 동원하는가 하면, 폐쇄회로(CCTV)로 직원들의 근태를 감시하는 등 직원들의 권리를 침해할 위험요소들이 제기됐다.

◇불시에 CCTV로 직원 근태 감시… 현대판 ‘팬옵티콘(Panopticon)’ = 박 조합장이 관악농협 직원인 아들과 간부급 직원을 통해 직원들을 폐쇄회로(CCTV)로 감시했다는 내부 관계자들의 증언이 나왔다. 직원들은 CCTV로 근태를 확인하는 행위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경영 마인드라며 불만을 표했다.

올해 4월 본점 상임감사와 감사팀 과장은 CCTV로 특정 직원의 근태를 확인했다. 해당 지점에서 근무하던 김상무(가명) 씨는 “상임감사와 감사팀 과장이 감시하려던 직원은 당시 대기발령을 받고, 본점 6층의 창고 같은 곳에 머물던 상태였다”면서 “이들이 CCTV를 보러 왔을 때 해당 직원은 자리에 없었기 때문에 동의를 구하는 과정도 당연히 없었다”고 말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특정인들만 출입하는 사무실과 같은 장소에 설치된 CCTV는 개인정보를 수집당하는 정보 주체의 개별적인 동의를 받아야 한다. 사무실에 있는 모든 노동자의 동의를 받거나 노조 차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동의를 받을 때에는 어떤 목적으로 CCTV를 설치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하며, 그 목적 외엔 CCTV 영상정보를 사용할 수 없다.

당시 CCTV를 돌려봤던 관악농협 상임감사는 “CCTV를 본 것은 맞지만, 감시자 권한으로 영상을 보는 것은 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서 “그 영상으로 문제를 삼았으면 불법이지만 그러지 않았고, 외부에 유출하지도 않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했다.

관악농협의 CCTV 감시는 이뿐만이 아니다. 본점 감사팀은 2017년 7월 시재감사를 위해 신림역 지점으로 출근했다. 당시 해당 지점에 근무하던 하현수(가명) 씨는 통상적인 출근 시간인 9시보다 이른 8시 20분에 출근했으나, 미리 와 있던 감사팀을 기다리게 했다는 이유로 시말서를 쓰고 감사팀원들로부터 질책을 받았다.

며칠 뒤 감사팀 팀장으로 근무하던 박 조합장 차남 박 씨는 하 씨의 근태를 평가한다며 3개월분 CCTV 녹화 기록을 확인했다. 당시 하 씨와 함께 근무했던 동료는 “원래 출근 시간은 오전 9시라 사실상 지각한 것도 아니었는데, 감사팀이 10분 정도 기다렸다는 이유로 ‘다시는 늦지 않겠다’는 내용의 시말서 작성을 지시한 것”이라면서 “감사팀 특유의 권위의식, 특권의식이 이런 식으로 드러난다”고 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범죄의 예방 및 수사를 위해 필요한 경우나 시설안전 및 화재 예방을 위해 필요한 경우 등’의 특별한 목적으로만 CCTV 설치가 가능하다. 만약 사용자가 CCTV 자료를 근로자의 징계 자료로 사용한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다.

이기중 관악구의회 의원이자 공인노무사는 “공개된 장소에서 CCTV를 설치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되는데, 시설보호라든가 화재예방의 경우에만 설치가 가능하다”면서 “설치할 때는 시설을 이용하는 직원들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야 하고, 직원들의 근태 관리를 위해 CCTV를 설치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2017년 시설물 안전과 도난방지 등을 위해 설치한 CCTV를 직원의 동의 없이 근무 관리감독에 사용한 것은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당시 인권위는 CCTV로 근로자의 영상정보를 수집ㆍ처리할 때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준식 조합장 ‘여직원 세배’ 논란… 아들 결혼식 땐 주차요원으로 동원 = 박 조합장이 매년 1월 1일 여직원들에게 한복을 입고 세배를 하러 오게 했으며, 아들 결혼식과 장인ㆍ장모상 등 사적인 일에 직원들을 동원해온 것이 조합원들의 증언으로 드러났다.

다수의 관악농협 관계자 얘기를 종합하면, 박 조합장의 암묵적인 세배 강요는 재작년까지 지속됐다. 매년 1월 1일, 여직원들은 관악농협 본점 여성복지 담당직원 이모 씨의 주도로 박 조합장의 집에 모였다. 이 씨는 영업점별로 의무 참석 인원을 배정하고, 의무 인원을 채우기 위해 동원된 여직원들은 반드시 한복을 입어야 했다.

관악농협 직원 심지은(가명) 씨는 “2017년까지 반드시 한복을 입고 새해 인사를 가야 했다”면서 “새해 인사에 빠진 사람들을 체크하는 출석부 같은 것이 있어서, 불참 리스트에 오르면 승진을 못했다”고 말했다. 심지은 씨는 “새해가 되면 박 조합장에게 인사를 가야 하기 때문에, 매년 일출을 보러가는 일정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주기적으로 한복을 대여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고 토로했다.

여직원 세배와 관련한 직원들의 투서가 농협중앙회까지 들어가자, 박 조합장은 새해 세배 행사를 강당 시무식 행사로 바꿨다. 작년과 올해는 전 직원들이 1월 1일 오전 7시까지 본점 강당에 모이도록 지시했다. 박 조합장은 시무식 행사에 온 사람들에게 참석 등록부를 자필로 작성하도록 지시했다.

박 조합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새해 인사는 자발적으로 오는 것이지 누가 강요한다고 오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만약 누가 시켰다면 여직원들이 굳이 한복까지 차려 입으면서 찾아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직원들이 찾아오면 식사를 제공해야 하고, 세뱃돈도 줘야 하는데 이런 것들 때문에라도 내가 굳이 오라고 할 이유가 없다”고 해명했다.

전 관악농협 직원 장지훈(가명) 씨는 “새해 인사를 오라고 한 뒤 직원들에게 출장 뷔페를 불러 식사를 제공하는데, 그 출장 뷔페 비용은 이제껏 총무부가 지불했다”면서 “실질적으로 세배는 조합장이 받고, 비용은 조합원의 돈으로 나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여직원 세배 강요뿐 아니라 박 조합장의 업무 외 사적인 지시도 논란이 됐다. 박 조합장은 장남과 차남 결혼식을 비롯해 장인ㆍ장모상, 차남의 결혼식 등 가족과 관련된 애ㆍ경사에 관악농협 본점 직원들을 동원했다. 조별로 편성된 직원들은 내빈 안내를 맡거나, 부의금ㆍ축의금 접수 업무를 봐야 했다.

박 조합장 차남 결혼식 전날에는 본점과 지점 직원들이 결혼식 리허설을 위해 소집되기도 했다. 이들은 결혼식 당일 신도림역 T 건물에 모인 뒤 호텔로비, 엘리베이터, 식당, 주차장 등 식장 곳곳에 배치돼 행사 요원으로 근무했다. 당일 현장에 있던 직원들은 하객 안내가 원활하지 않다는 이유로 질책을 받거나 식사를 거르기도 했다.

차남 결혼식에서 주차장 안내 업무도 맡았던 장지훈 씨는 “안내 요원이라는 노란 완장을 차고, 하객들을 맞이했다”면서 “신도림역 테크노마트 주차장에서부터 손님들을 안내했는데 하객이 4000명에 달했고, 축의금을 담은 여행용 백 6개가 내 눈 앞으로 지나갔다”고 말했다.

이에 박 조합장은 “직원들한테 초청장을 보내지도 않았고, 다 자발적으로 온 것”이라면서 “경조사라는 것이 다 서로 왔다 갔다 하는 것인데, 그런 차원에서 문자 정도만 보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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