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세계, 지역농협] ‘무소불위’ 족벌경영…37년간 관악농협 사유화

입력 2019-08-07 05:00 수정 2019-08-12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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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식 조합장 10選 장기집권, 인사권 남용 ‘조직장악’…친인척 요직, 처남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서울 지역 대형 단위농협인 관악농협이 조합장 ‘족벌 경영 논란’에 휩싸였다. 박준식 조합장이 인사권을 남용해 자신의 친인척들을 본점 및 관계사 요직에 앉혔다는 내부 관계자들의 구체적인 증언이 나왔다. 신입사원 채용은 물론 상임이사 선임부터 직원들 승진, 업무 분장까지 박 조합장의 입김이 작용해 왔다는 것이 직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6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올해 3월 당선된 박 조합장은 36년 동안 9번의 조합장을 지내면서 인사권 등을 남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올 3월 조합장에 당선됨에 따라 ‘조합장 10선’이라는 국내 최다 기록을 갖게 됐다.

박 조합장의 장기 집권 배경에는 ‘조직 사유화’가 있다. 박 조합장은 자신의 친인척들을 관악농협 내 요직인 감사ㆍ총무팀장과 계열사 대표 자리에 앉히면서 가족경영으로 조직을 장악해왔다.

관악농협 대의원 정준기(가명) 씨는 “박준식 조합장이 신입사원 채용부터 직원들 승진과 업무 분장까지 직접 관여했다”면서 “조합장의 차남이 자신의 업무와 관련 없는 감사팀으로 이동한 것과 특별한 성과 없이 팀장으로 승진한 것은 명백한 인사 특혜”라고 말했다.

박 조합장의 장남은 과거 농협중앙회 자회사인 농협유통에 입사한 후, 현재 농협네트웍스 총무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농협네트웍스는 관악농협은 물론 농협중앙회의 모든 교육 사업과 차량 지원 사업, 시설 공사 등을 맡고 있다. 발주 계약의 규모와 금액이 커 농협 내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계열사’로 불린다. 농협네트웍스는 지난해 매출 4700억 원, 영업이익 48억 원을 기록했다.

장남의 취업과 이직이 이뤄졌던 시기, 박 조합장은 관악농협조합장과 농협중앙회 비상임감사를 겸직하고 있었다. 농협중앙회 비상임감사는 대의원들의 투표로 선출되지만, 사실상 농협중앙회장과 친분이 있는 인물이 주로 선임된다.

박 조합장의 차남은 관악농협 신용영업부 팀장으로 근무 중이다. 그는 2003년 입사 후 일선 영업점에서만 근무했다가, 2009년 특별한 사유 없이 관악농협 본점의 관리부서로 이동했다. 국내 1200여 개 지역농협 중 조합장 아들이 해당 지역농협 감사팀장으로 근무하는 경우는 전무하다.

정준기 씨는 “지역농협에서 사원이 필요할 경우 농협중앙회에 채용 공고를 의뢰해 지역농협이 서류를 검토하고 면접을 진행하는 게 일반적인 과정”이라며 “이때 해당 지역농협 조합장이 면접관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조합장이 지원자들의 최종 합격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관악농협 직원들은 2017년 박 조합장의 차남이 감사팀장으로 근무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농협중앙회에 투서를 넣었다.

당시 농협중앙회는 부자가 각각 조합장과 해당 조합 감사팀장의 자리에 있을 경우, 제대로 된 감사가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후 인사이동 명령에 따라 박 씨는 신용정보부로 부서가 바뀌었지만, 팀장이라는 직책은 유지됐다.

박 조합장의 처남은 관악농협 하나로마트에 용역직원을 파견하는 회사 씨에스휴먼라인 대표로 재직 중이다.

씨에스휴먼라인은 관악농협에 인력을 공급한 뒤 관악농협으로부터 용역비를 받아 수익을 올려왔다. 사실상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처남의 밥그릇을 챙겨준 셈이다.

정준기 씨는 “박 조합장의 처남은 관악농협 하나로마트 소속 직원 인사에도 개입하는 등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면서 “심지어 그의 아들은 씨에스휴먼라인의 감사로 근무 중이다”라고 밝혔다.

박 조합장의 부인 역시 2015년 8월까지 씨에스휴먼라인 사내이사로 근무했다. 2015년 5월 하순부터 진행됐던 서울지방 국세청(조사4국)의 세무조사 종료 직후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그후에도 관악농협 내 여성 모임인 독산동 부녀회장 자리는 30년 넘게 유지하고 있다.

관악농협 전 지점장 김성모(가명) 씨는 “농협중앙회는 물론 정치권 등 그 누구도 박 조합장을 건드리지 못한다”면서 “퇴직한 직원들조차 박준식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 정도이니, 그의 힘이 얼마나 센지는 직접 경험한 사람만 알 수 있다”고 했다.

한편 박 조합장은 가족들이 관악농협과 관계사에서 근무한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자신이 취업상 특혜를 줬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전혀 관여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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