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에는 좋았는데… 지금은 일본 불매운동 때문에요. 고객이 많이 줄어든 게 사실이죠.”
4일 오후 기자가 찾은 서울 강남구의 한 일본 자동차 매장은 텅 비어 있었다. 매장을 찾은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고, 판매직원들도 듬성듬성 눈에 띄였다. 사람들로 북적였던 인근의 독일 차 매장과는 확연히 대조됐다. 일본 차 매장의 판매직원들은 신규 고객 유치가 어렵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지속하면서 일본 차 판매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5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는 일본계 브랜드 승용차 신규 등록이 2674대로, 작년 같은 기간(3229대)에 비해 17.2% 줄었다고 밝혔다.
브랜드별로 살펴보면 도요타는 865대, 혼다는 468대로 작년 동월보다 각각 31.9%, 33.5% 감소했다. 전월 대비로는 -37.5%, -41.6%였다. 닛산은 228대로 35.0% 줄었고, 인피니티는 131대로 19.6% 줄었다. 전월 대비로는 각각 -19.7%, -25.1%를 기록했다.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는 지난달 982대를 판매해 작년 동월보다 32.5% 늘어났지만, 전월과 비교해 볼 때는 24.6% 감소해 하락 추세를 피하지 못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일본 자동차 매장들은 ‘지원금 증액’을 제시하며 차를 한 대라도 팔기 위해 열을 올렸다. 6월과 비교해 30~40% 판매가 줄어든 토요타와 혼다가 가장 적극적이었다.
토요타는 기자가 문의한 캠리 2.5 모델에 280만 원의 지원금을 주겠다고 했다. 영업직원은 “매장에 따라 다르지만, 적어도 20~40% 손님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이윤이 줄더라도 판매를 위해 공격적인 영업을 나서자는 게 최근 회사의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회사가 정한 지원금 외에도 영업사원이 사비로 지원금을 주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혼다도 '한시적 혜택'이라고 강조했지만, 6월보다 지원금을 수십만 원 늘렸다. 혼다 영업직원은 “6월, 7월에는 지원금을 200만 원 줬는데 8월에는 250만 원까지 지원한다”라며 “구체적인 금액을 어디 가서 말씀하시면 안 된다”라고 입단속을 시켰다. 매장과 영업사원의 재량에 따라 지원금 액수도 달랐다.
비교적 차분하게 사태를 지켜보는 브랜드도 있다. 닛산과 렉서스는 고객의 발걸음이 끊긴 것은 마찬가지지만, 지원금을 늘리지 않고 있었다. 아직 하락 폭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일본 불매운동에 상당히 신경을 쓰는 눈치였다. 영업사원들은 기자가 요구하기도 전에 블랙박스, 틴팅, 사이드미러를 접을 수 있는 록 폴딩 등 기본 옵션을 제공해주겠다고 말했다. 모두 영업직원이 판매 실적을 올리기 위해 사비로 제공하는 것들로, "비싼 것으로 잘해주겠다"라면서 구매를 독려했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이례적인 일”이라는 반응이다. 국산 완성차 영업직원인 김태진(29‧가명) 씨는 “일본차 브랜드가 지원금으로 수백만 원을 주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차는 잔고장이 없다는 믿음이 크고, 마니아층이 탄탄해 ‘콧대’가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국내 완성차 업체 관계자 역시 “일본 제품의 감성을 좋아하는 고객이 많아 일본 차는 꾸준히 판매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영업직원이 언급한 지원금, 옵션 제공도 과거와 비교하면 큰 혜택이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일본 차 브랜드 영업직원들은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대응 방침은 따로 내려온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차를 놔두는 것보다는 이율을 줄여 판매하는 게 낫지만, 회사가 어떻게 하라고 지침을 내린 것은 없다는 것.
혼다코리아 매장 관계자는 “분위기를 지켜보고 있다”라면서 “지원금이나 옵션 혜택은 그때그때 맞춰서 제공하는 것인 만큼, 불매운동과 관련은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