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이 내년부터 개인 실적평가 지표인 핵심성과지표(KPI)에서 스마트뱅킹과 급여이체에 대한 부분을 없앤다. 기은이 KPI에서 특정 항목을 제외하기로 한 것은 올 초 방카슈랑스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과당경쟁을 부추기는 지표 항목 폐지가 금융권 전반에 확산할지 주목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은은 최근 서울 중구 본점 10층 대회의실에서 노사협의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합의했다.
스마트뱅킹에 대한 지표의 경우 올 하반기까지 50%로 감축한 뒤 내년부터는 완전히 폐지할 계획이다. 급여이체 관련 지표도 하반기까지 30.5% 줄인 뒤 내년에 폐지한다. 예를 들어 올 하반기에는 한동안 스마트뱅킹을 이용하지 않다가 다시 가입을 하는 경우도 실적에 넣는 식으로 지표를 개선한 뒤, 내년 1월 중순부터 전면폐지할 예정이다. 기은 관계자는 “경영평가 지표는 보통 수익과 직결돼있어 바로 없애긴 힘든 부분이 있다”며 “올 하반기부터 단계적으로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밖에 퇴직연금과 수익증권, 신탁의 경우 실적 반영 정도를 조정해 경영목표에 따른 직원들의 부담을 완화할 계획이다. 또 다른 기은 관계자는 “몇몇 지표들은 ‘숫자 채우기’ 용이라 직원에게도 부담이 되고 고객에게도 도움이 못 된다. 이를 개선하자는 차원”이라며 “다른 은행들에서도 이와 관련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기은 노조는 1월 출범하면서 방카슈랑스를 KPI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금융권에서는 KPI에 대한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는 지속적으로 일었다. 지난해 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KPI 제도 개선 최종 합의안을 도출했다. 과도한 성과 부담에 따른 소모적인 과당경쟁이 야기할 수 있는 소비자 피해를 줄이고 금융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었다.
실제로 은행들은 최근 하나둘씩 KPI를 완화해왔다. KB국민은행은 기존 190%, 160% 등의 목표치의 초과달성 구간을 120% 안으로 축소했다. 우리은행도 은행 업무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KPI 항목을 줄이고 있다. 위비톡과 위비멤버스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수 할당을 KPI 항목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직원 연수기간도 폐지했다. 연수기간에 따른 평가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다. 상품별 실적을 전체 대상으로 개편한 ‘선택 배점제’도 도입했다.
금융경제연구소가 발행한 ‘국내 은행산업의 과당경쟁 문제와 대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현재 은행별로 운영하고 있는 평가지표는 평균 100여 개였다. 달성목표는 100~180% 수준이다.
송원섭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KPI를 앞세운 은행권 과당경쟁은 은행원들이 금융상품 설명시 장점만 강조하고, 고위험 상품을 권유하도록 압박하고 있다”며 “고객들에게 불완전 판매, 불건전 영업 등을 부추기게 됨으로써 소비자 피해까지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