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두려움을 용기로…'명량'의 리더십으로 정면 돌파 나선 韓총수들

입력 2019-08-05 18:00 수정 2019-08-07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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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기업가·정치인·정부 등 모두가 하나로 뭉칠 때 日전쟁 '승리'

“지금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남아있사옵니다(今臣戰船尙有十二).” 이순신 장군이 명량해전을 치르기 전 조정에 올린 장계에 담긴 이 문장은 ‘긍정’ ‘도전’이라는 리더십을 잘 보여준다. “죽으려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必死則生 必生則死)” 난중일기 또한 죽음을 각오하면 얼마나 큰 용기가 생기는지, 승리로 얻을 수 있는지를 역사적·실증적으로 설명한다.

일본과의 경제 전쟁터 한복판에서 일전을 치르고 있는 기업 총수들의 모습이 적잖게 닮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은 산업 전선이 무너지면 한국경제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에 ‘용기’ ‘도전’의 리더십을 보여 주고 있다. 단기 처방이 아닌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는 각오다.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은 용기와 도전의 리더십이자, 위기를 승리로 이끈 리더십이다. 그런 면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최근 행보가 시선을 끈다. 그는 7월 초 홀로 일본 출장길을 올랐다. 하루 이틀 머물다 돌아올 것이란 예상을 깨고 5박 6일간의 일정으로 적진에서 답을 찾아 헤맸다. ‘컨티전시 플랜’으로 정면 돌파 전략을 택한 이 부회장은 5일에도 삼성 전자계열사 사장단을 긴급 소집해 “긴장은 하되 두려워하지 말고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자.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 한단계 더 도약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일본의 수출 규제 ‘횡포’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12척의 배(반도체, 스마트폰 등)가 아직 건재하니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시장의 우려에도 삼성전자는 “인위적 웨이퍼 투입량 감소는 없다”며 감산에 선을 긋고 있다.

이 부회장의 과감한 결단과 용기는 통찰력, 비전, 실천력, 인격 등과 함께 시대가 바뀌어도 크게 변하지 않는 리더의 덕목이란 평가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도 흔들림이 없다. 현대차그룹은 부품 국산화율이 90%를 넘어선지 오래다.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으로부터 3대(代)에 걸쳐 이어진 ‘국산화 DNA’ 덕분이다. 특히 정 수석부회장이 주도하는 수소연료전지차 등에서도 100%에 가까운 국화화를 이뤄 외부의 우려가 기우란 평가다.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은 두려움에 떠는 병사들에게 말한다. 적들도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만 있다면 그 용기는 백 배, 천 배로 커진다고.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의 설전도 마다하지 않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모습과 행보도 리더의 자질인 ‘용기’를 말한다. 박 장관이 지난달 1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서 “(국내) 중소기업도 불화수소를 만들 수 있는데 대기업이 안 사준다고 한다”고 주장하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물론 만들 수 있겠지만 품질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수출규제 대응 해법에 대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각자 위치에서 맡은 바를 천천히 잘해나가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신동빈 회장이 이끄는 롯데그룹도 전쟁터의 한복판에 있다. 그는 하반기 사장단 회의(VCM)에서 ‘공감’이란 성장전략을 제시했다. 신 회장은 “롯데는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등을 오히려 기회 삼아 더 큰 성장을 이뤄온 만큼 앞으로 어떤 위기가 닥쳐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임직원을 격려도 아끼지 않았다. 이순신 장군이 보여준 긍정의 리다십과 일맥 상통한다.

용기와 긍정이 러더의 자질만은 아니다. 큰 꿈을 그리고, 글로벌 무역전쟁의 파고를 헤쳐나가려는 노동자·기업가·정치인·정부 등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도 꼭 필요한 자질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현대자동차 노조는 올해 파업 찬반투표를 조합원들의 70%가 넘는 찬성률로 가결했다. 이르면 8월 중순부터 파업이 진행돼 생산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현대차의 하반기 실적에도 ‘비상등’이 켜지게 됐다. 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반대하는 조선업계 노조 역시 ‘하투(여름 투쟁)’를 예고한다.

정치권은 여전히 밥그릇 싸움에 열중하고 있다. 일본의 핵심 소재 수출 규제로 반도체 생산·수출 감소가 가시화하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73~1.96%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이들에겐 남의 나라 얘기다. 오죽했으면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기업들이 최선을 다해 대처하려면 정부와 국회가 전폭적으로 도와줘야 한다”고 지적했을까.

백의종군(白衣從軍), 그것도 일본 전함 300여 척에 맞서 불과 12척으로 싸우려는 아버지(이순신)가 안타까워 아들이 묻는다. 왜 이 싸워야 하느냐고. “신하의 근본은 충(忠)이고, 그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는 답변은 시대적 요구의 방향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를 잘 설명한다. 국익보다 ‘사익’에 더 민감하다고 비난받는 정치권에 던지는 따끔한 충고로도 읽힌다.

이순신의 리더십이 지금 우리에게 주는 울림도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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