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에 6조6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전 분기(6조2300억 원)보다 5.8% 늘어났지만, 작년 같은 기간(14조8700억 원)에 비해 55.6%나 줄어든 규모다. 삼성은 이 같은 내용의 2분기 연결기준 확정실적을 31일 공시했다.
2분기 매출은 56조1300억 원으로 전 분기(52조3900억 원)보다 7.1% 증가했으나, 전년 동기(58조4800억 원) 대비 4.0% 감소했다. 주력인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IM 부문이 크게 부진했다. 반도체는 매출 16조900억 원에 영업이익 3조4000억 원이었는데, 영업이익이 작년(11조6100억 원)보다 무려 70.7%나 쪼그라들었다. 반도체 영업이익률은 21.1%로, 가장 높았던 작년 1분기(55.6%)의 절반 이하였다. IM 부문도 매출 25조8600억 원, 영업이익 1조5600억 원에 그쳤다. 이익이 작년보다 41.6% 감소한 수치다. 갤럭시S10 시리즈 판매 둔화가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
삼성전자가 한국 경제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는 설명할 필요도 없다. 우리나라 제조업 전체 매출의 12% 이상, 수출의 약 30%를 홀로 떠맡고 있다. 시장에서는 하반기 실적 회복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수요 감퇴로 인한 반도체 가격의 구조적 하락, 스마트폰 사업의 지속적인 부진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게다가 일본의 핵심소재 수출규제가 불확실성을 더 키우고 있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6월 산업동향’에서도 경기 지표들이 모두 하향세를 보였다. 6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5%나 급격히 감소한 영향으로, 전산업생산이 전월보다 0.7% 줄었다. 5월(-0.3%)에 이어 2개월 연속 감소다. 그나마 증가 추세였던 소비마저 뒷걸음쳤다. 소매판매액이 승용차 등 내구재(-3.9%), 의복 등 준내구재(-2.0%),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0.3%) 모두 감소하면서 전월보다 1.6% 줄었다. 다만 설비투자가 0.4% 증가했는데, 5월 7.1% 감소에 따른 기저효과다. 1년 전에 비하면 여전히 -9.3%의 심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와 미래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각각 전월보다 0.1포인트, 0.2포인트 하락했다. 앞으로의 전망이 더 어둡다는 얘기다.
한국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실적과 경기지표가 추락하면서 경제 먹구름은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7월부터 본격화된 일본의 수출 규제로 다음 달 산업지표도 크게 악화할 게 분명하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조치까지 강행하면, 국내 산업 전반에 미치는 충격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한국 경제의 앞이 안 보이는 비상한 위기다. 정부는 몇 차례 투자·수출·소비 활성화를 위한 경기 보강 대책들을 내놓았지만 그것으로는 역부족이다. 모든 정책 역량을 동원한 특단의 비상대책을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