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 의혹을 수사했던 로버트 뮬러 전 특별검사가 24일(현지시간) 미 의회에서 처음으로 증언대에 섰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수사를 방해한 혐의에 대해 무죄가 입증되지 않았다면서 트럼프가 퇴임 후 기소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뮬러 전 특검은 오전 8시 30분 경에 하원 법사위원회에서 시작된 수사 방해에 관한 질의에서 3시간 이상 증언했다. 그는 하원 정보특별위원회에서도 러시아에 의한 선거 개입에 대해 증언한다. 내용에 따라서는 트럼프 탄핵론이 재연될 수도 있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 4월 중순 뮬러가 작성한 448페이지에 달하는 수사 보고서를 일부를 제외하고 공개했다. 수사 방해에 대해서는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3월 하순 조사 종료 후 4페이지짜리 문서를 통해 “혐의 증거 불충분”이라고 결론 내 “트럼프가 무죄”라는 여론을 형성했다.
이날 뮬러는 “대통령이 퇴임 후 수사 방해로 기소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제럴드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뮬러는 수사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기소할지 여부의 판단을 분명히 하지 않은 근거로 “현직 대통령은 형사 소추할 수 없다”는 법무부의 견해를 인용, 대통령이 퇴임한 후에는 기소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나타냈다.
이 증언이 있은 후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 회견에서 “러시아 의혹을 둘러싼 수사가 미국에게 얼마나 굴욕적이고, 시간 낭비인지가 증명됐다”며 의혹 추궁은 성과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오늘 본 것은 트럼프 정권의 은폐 체질의 심각한 현상”이라고 말하는 등 러시아 의혹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더욱 격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뮬러가 2017년 5월 특검에 취임한 후 공개적으로 발언한 것은 2019년 5월 말 한 번 뿐이었다. 당시에는 질문을 받지 않고 일방적으로 문서를 낭독했다. 이번 의회 증언 요구에 대해서도 “보고서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는 이유에서 응하지 않을 생각이었으나,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이 증언을 강제하는 소환장을 보내면서 출석하기로 생각을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