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댓트립_홍콩에 가면②] 시장 한복판에서 맛본 '미슐랭' 디저트

입력 2019-07-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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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을지로' 삼수이포 여행기

▲삼수이포 재래시장인 페이 호 스트리트 마켓(Pei Ho Street Market). 입구부터 뉴트로 감성을 느꼈다.(홍콩=김소희 기자 ksh@)
▲삼수이포 재래시장인 페이 호 스트리트 마켓(Pei Ho Street Market). 입구부터 뉴트로 감성을 느꼈다.(홍콩=김소희 기자 ksh@)
불볕더위다. 주변에서 "덥다"라는 불평 일색이다. "숨 막혀. 우리나라 왜 이래?" 그들에게 답했다. "홍콩 다녀오면 이 날씨도 감사할 뿐이야."

7월 3일부터 6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홍콩에 다녀왔다. 정말 찌는 듯한 더위였다. 바깥과 실내의 온도 차는 상당했다.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기분이랄까. 가이드는 홍콩에선 실내 온도를 평균 16~19도에 맞춘다고 했다. 한국처럼 24~26도로 해놓으면, 그 가게엔 아무도 가지 않는다고.

▲삼수이포 재래시장 한가운데 있는 전철역.(홍콩=김소희 기자 ksh@)
▲삼수이포 재래시장 한가운데 있는 전철역.(홍콩=김소희 기자 ksh@)

홍콩이 체질에 맞는 듯하다. 평소 실내 온도 높이는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습하디습한 날씨를 잡기 위해선 평균 온도를 낮추는 게 백번 옳다고 생각했다. 다행인 건 들어가는 가게마다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놓아서 실내에 들어가면 바깥 날씨를 잊을 수 있었다. 어찌 됐든 육수를 한참 뽑아내고 나니 기력이 다 빠졌다.

삼수이포 재래시장인 페이 호 스트리트 마켓(Pei Ho Street Market)에 다녀왔다. 성수를 맛본 것도 그때였다.

▲삼수이포 재래시장의 최고의 디저트 맛집인 '콴키 스토어' 전경.(홍콩=김소희 기자 ksh@)
▲삼수이포 재래시장의 최고의 디저트 맛집인 '콴키 스토어' 전경.(홍콩=김소희 기자 ksh@)

◇ 시장 한복판에 미슐랭(미쉐린) 맛집이 있다니 = 촘촘한 일정을 소화하기에도 벅찬 상황이었다. 전시회도 가야 하고, 꼭 먹어야 하는데 못 먹은 것도 많았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 1순위는 여행인 편)

그래도 삼수이포는 가야 했다. 여행지에 갔으면 '현지인처럼(Travel Like a Local)' 즐겨야 하지 않은가. 홍콩의 힙지로라 불리는 삼수이포로 향했다.

▲삼수이포는 접근성이 좋다. 전철(MTR) 추엔완선(Tsuen Wan Line)의 삼수이포역에서 내리면 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찍은 '콴키 스토어' 바로 앞에 놓인 표지판. (홍콩=김소희 기자 ksh@)
▲삼수이포는 접근성이 좋다. 전철(MTR) 추엔완선(Tsuen Wan Line)의 삼수이포역에서 내리면 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찍은 '콴키 스토어' 바로 앞에 놓인 표지판. (홍콩=김소희 기자 ksh@)

삼수이포는 1960년대 홍콩의 옛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다. 로컬 분위기를 즐기기 최적의 장소. MTR 삼수이포역을 중심으로 시장과 식당이 분포해 있다.

삼수이포 시장을 걷다 보면, 다양한 종류의 디저트를 판매하는 맛집을 만날 수 있다. 소개하고 싶은 곳은 '콴키 스토어'다. 2016~2018년 미슐랭 스트리트 푸드에도 올라간 유서 깊은 떡집이다.

▲친절한 '콴키 스토어' 주인장들. 팥으로 만든 디저트를 맛봤다. 달콤했다.(홍콩=김소희 기자 ksh@)
▲친절한 '콴키 스토어' 주인장들. 팥으로 만든 디저트를 맛봤다. 달콤했다.(홍콩=김소희 기자 ksh@)

가판에는 다양한 종류의 떡들이 즐비해 있다. 가게 주인은 한국어가 능통했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는데, 괜히 반가웠다. (해외 나가면 유독 애국자 됨)

▲가장 맛있었던 찹쌀떡.(홍콩=김소희 기자 ksh@)
▲가장 맛있었던 찹쌀떡.(홍콩=김소희 기자 ksh@)

HK $6~8 정도(한화 900~1200원)면 달달한 맛의 떡을 맛볼 수 있다. 입맛을 사로잡은 건 찹쌀로 만든 떡들. 시그니처는 팥이 들어간 푸딩이라고 하는데, 달달하니 맛이 좋았지만, 잎으로 포장된 찹쌀떡이 취향 저격이었다. 깨들어간 찹쌀떡은 한국에서 맛본 찹쌀도넛의 떡버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곳이 미슐랭 맛집이다'라고 보여주는 듯하다.(홍콩=김소희 기자 ksh@)
▲'이곳이 미슐랭 맛집이다'라고 보여주는 듯하다.(홍콩=김소희 기자 ksh@)

1960년대부터 삼수이포에서 역사를 이어온 '컹와 두부 공장'도 방문했다. 홍콩 최고의 두부 푸딩을 만드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우리를 제외한 중국과 일본은 오랫동안 두부를 디저트로 즐겨왔다. 열심히 만든 두부를 판매대에서 팔고, 옆에 있는 가게로 두부를 갖고 가면 요리를 해준다고 한다. 두부를 사려는 인파로 이날도 북적였다.

▲컹와 두부 공장은 늘 손님으로 북적하다.(홍콩=김소희 기자 ksh@)
▲컹와 두부 공장은 늘 손님으로 북적하다.(홍콩=김소희 기자 ksh@)

◇ '생수 건배' 한 번 하시죠 = 대낮의 삼수이포는 활기찼다. 요즘 한국의 재래시장 분위기는 침체됐다고 하는데, 홍콩은 달랐다. 어릴 적 시장에서 봤던 풍경이 재현되는 듯했다. '난닝구(러닝셔츠)' 하나 입고 의자에 앉아 수다를 떠는 아저씨들의 모습도 반가웠다.

▲영원히 잊지 못할 생수 'Go Green'의 시원함. 생수, 당신은 대체….(감동) (홍콩=김소희 기자 ksh@)
▲영원히 잊지 못할 생수 'Go Green'의 시원함. 생수, 당신은 대체….(감동) (홍콩=김소희 기자 ksh@)

하지만 홍콩은 홍콩이었다. 볼거리, 먹거리는 풍부했지만 습한 날씨에 지치는 심신은 어찌할 수 없었다. 수분 섭취가 간절했다. 그때 내 손에 쥐어진 생수. 이름은 'Go Green'. 이건 생수(生水)가 아니었다. 성수(聖水)였다. 몸과 마음이 '홀리(Holy)'해졌다.

30년 이상 홍콩에서 거주한 가이드 선생님이 준 물은 특별하겠지? 뚜껑에 물을 받아 먹어본다. 맛은 일반 생수와 다르지 않았다. 당시 한국의 친구들로부터 한국 기온이 홍콩보다 2도 정도 높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그땐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불쌍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Go Green'은 생명수였다.

▲삼수이포는 '진짜 홍콩'이었다. (홍콩=김소희 기자 ksh@)
▲삼수이포는 '진짜 홍콩'이었다. (홍콩=김소희 기자 ksh@)

◇ 관광객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 = 홍콩 하면 으레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은 빌딩을 떠올린다. 화려한 도시, 눈을 뗄 수 없는 야경을 보기 위해 홍콩을 찾는 이들이 많다. MTR을 타고 주룽(구륭)반도 깊숙한 북서쪽으로 향하면 도심의 화려한 빛이 사라진다.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잿빛 건물 아래로 보통 사람들의 생활이 펼쳐진다.

1950년대의 삼수이포는 홍콩으로 망명 온 중국 난민들을 수용하던 판자촌이었다. 홍콩 최초의 공공 임대 주택이 설립된 이후에는 서민들의 주거단지이자 공업 단지로 역사를 이어왔다.

▲빈티지숍은 지갑을 열게 했다. 뉴트로 감성은 우리에게 늘 설렘을 준다.(홍콩=김소희 기자 ksh@)
▲빈티지숍은 지갑을 열게 했다. 뉴트로 감성은 우리에게 늘 설렘을 준다.(홍콩=김소희 기자 ksh@)

낡고 보잘 것 없어도, 불완전함이 갖는 매력은 무시할 수 없다. 삼수이포가 그렇다. 요즘 예술가들은 삼수이포로 모여들고 있다. '리틀 투 숍(Little Two Shop)'은 예술적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곳. 홍콩의 과거로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이 빈티지 숍은 오래전 여인네들이 썼을 뜨개질 도구부터 오래된 타자기 그리고 장난감들까지 다채로운 옛 물건을 간직하고 있었다.

▲'리틀 투 숍' 내부.(홍콩=김소희 기자 ksh@)
▲'리틀 투 숍' 내부.(홍콩=김소희 기자 ksh@)

▲형형색색의 삼수이포 아파트 앞에서 사진을 찍는 것도 하나의 트렌드다.(홍콩=김소희 기자 ksh@)
▲형형색색의 삼수이포 아파트 앞에서 사진을 찍는 것도 하나의 트렌드다.(홍콩=김소희 기자 ksh@)

◇ 삼수이포의 건물들 = 옛 홍콩의 모습을 간직한 삼수이포는 몽콕에서 차로 1.6km 떨어져 있으며 허름하지만, 현지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영화 촬영지로도 종종 등장했다. 2002년 개봉된 '무간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더:사라진 시대'에서 배경지로 나왔다.

▲오래된 홍콩식 아파트의 모습.(홍콩=김소희 기자 ksh@)
▲오래된 홍콩식 아파트의 모습.(홍콩=김소희 기자 ksh@)

삼수이포는 침사추이나 센트럴, 코즈웨이베이에서 본 세련된 도시 정경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홍콩식 빨래건조대인 대나무 건조대가 남아있는 오래된 아파트도 볼 수 있다.

▲지금은 홍콩에서 거의 사라졌다고 하는 전통빨래건조대. 대나무로 만들어진 빨래건조대를 일자로 배치해 옷을 걸어 말린다.(홍콩=김소희 기자 ksh@)
▲지금은 홍콩에서 거의 사라졌다고 하는 전통빨래건조대. 대나무로 만들어진 빨래건조대를 일자로 배치해 옷을 걸어 말린다.(홍콩=김소희 기자 ksh@)

메이호 하우스(Mei Ho House)도 삼수이포에 가면 꼭 들려야 할 명소다. 1953년 12월25일 섹킵메이(石硤尾) 지역의 화재로 거의 5만8000명의 홍콩 사람이 집을 잃었다. 메이호하우스는 화재 현장에 지어진 홍콩의 첫번째 공공주택으로 1954년에 완공됐다. 총 29개의 콘크리트 블록은 6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재개발돼 철거됐지만, 홍콩 정부는 41동 건물 가운데 한 채를 남겨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했다.

▲'메이호 하우스' 앞은 이렇게 생겼다.(홍콩=김소희 기자 ksh@)
▲'메이호 하우스' 앞은 이렇게 생겼다.(홍콩=김소희 기자 ksh@)

메이호하우스에는 첫 번째 공공주택을 그대로 보존해서 당시의 생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박물관이 있다. 1950~1970년대 홍콩의 생활환경과 문화 그리고 생활습관을 실감 나게 살펴볼 수 있도록 그 시대의 물건들을 그대로 보여준다.

▲메이호하우스는 I-H형으로 생겼다. 메이호하우스 모형 사진.(홍콩=김소희 기자 ksh@)
▲메이호하우스는 I-H형으로 생겼다. 메이호하우스 모형 사진.(홍콩=김소희 기자 ksh@)

▲리모델링하기 전 메이호하우스의 모습이다.(홍콩=김소희 기자 ksh@)
▲리모델링하기 전 메이호하우스의 모습이다.(홍콩=김소희 기자 ksh@)

박물관 2층에는 판자로 벽과 천장을 대어 살았던 당시의 주거형태를 재현해 놨다. 좁은 공간에 빼곡하게 들어찬 세간살이를 보다 보면, 그 시절의 생활상이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지는 느낌이다. 이 방 한 칸도 그들에겐 생존이었겠지. 시간이 지날수록 바뀌는 홍콩인들의 삶도 담겨 있다. 1층은 깔끔하게 단장된 레스토랑 '하우스41(House41)'이 있다.

▲메이호하우스 박물관에 있는 1950년대 홍콩 가정의 모습. 여유공간 없이 가구가 배치돼 있다. 방 한 칸에 10명이 살기도 했다.(홍콩=김소희 기자 ksh@)
▲메이호하우스 박물관에 있는 1950년대 홍콩 가정의 모습. 여유공간 없이 가구가 배치돼 있다. 방 한 칸에 10명이 살기도 했다.(홍콩=김소희 기자 ksh@)

▲1970년대 메이호하우스 내부. 영화 '중경상림'에 나오는 양조위 집처럼 생겼다.(홍콩=김소희 기자 ksh@)
▲1970년대 메이호하우스 내부. 영화 '중경상림'에 나오는 양조위 집처럼 생겼다.(홍콩=김소희 기자 ksh@)

박물관 관람은 무료다.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월요일과 구정은 휴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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