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강경론자인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이 영국 총리에 공식 취임하면서 ‘노 딜(no deal) 브렉시트’가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영국 내에서는 벌써부터 유럽연합(EU)과의 갈등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국 집권 보수당은 23일(현지시간) 당 대표 경선 투표 결과, 존슨 전 장관이 9만2153표를 얻어 4만6656표를 획득한 제러미 헌트 현 외무장관을 제치고 신임 당 대표에 선출됐다고 발표했다. 투표 자격을 가진 15만9320명의 보수당원 중 87.4%가 투표에 참여했으며, 존슨은 66.4%의 지지를 얻었다.
존슨은 투표 결과 발표 후 승리 연설에서 “브렉시트를 완수하고, 나라를 단결시키겠다”며 “10월 31일까지 브렉시트를 완수해 그것이 가져올 모든 기회를 누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존슨은 영국 역사 상 가장 즉흥적이고 예측하기 어려운 정치인”이라며 향후 브렉시트 과정에서의 험로를 예고했다. 언론인 출신으로 윈스턴 처칠 자서전 집필한 존슨은 어린 시절 꿈이 ‘세계의 왕’이었다고 한다. 그는 더벅머리의 털털한 콘셉트로 런던 시장에 이어 외무장관, 그리고 영국 총리 자리에까지 올랐다.
EU는 존슨이 차기 총리로 확정된 데 대해 축하를 보내면서도 작년 11월 EU와 영국이 합의한 브렉시트 합의문에 대한 재협상은 없다고 경계했다. 특히 EU는 존슨이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이른바 ‘노 딜 브렉시트’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혀온 것을 상기시키며, “노 딜 브렉시트는 EU와 영국 모두에게 비극”이라고 경고했다.
존슨은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EU 탈퇴 지지파의 좌장 역할을 맡았다. 노 딜 브렉시트가 영국은 물론 세계 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지를 표명해왔다. 그러나 영국 내부에서도 노 딜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이어진다. 영국 예산책임국은 지난 18일 보고서에서 “노 딜 브렉시트가 실현될 경우 2020년 말까지 영국 국내총생산(GDP)을 2% 낮출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는 수출 부진과 투자 감소에 따른 것으로, 여기에 세수까지 줄어들게 돼 영국 정부는 매년 300억 파운드(약 44조 원)의 빚을 져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럼에도 존슨은 전날 텔레그래프 기고문에서도 “우리나라가 다시 한 번 ‘할 수 있다(can-do)’는 정신을 찾아야 할 때”라며 “10월 31일 EU에서 탈퇴할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의지와 추진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홍을 수습하는 것이 급선무다. 일부 각료들이 존슨 당선과 함께 사의를 줄줄이 밝혔기 때문이다. 앞서 필립 해먼드 재무장관은 “존슨이 차기 총리가 되면 자신은 24일 사임한다”고 말했다. 앞서 데이비드 고크 법무장관도 물러날 의사를 밝혔다.
브렉시트 외에도 이란과의 충돌 문제, 킴 대럭 주미 영국대사의 외교 문건 유출로 경색된 미국과의 관계 개선, 홍콩 시위를 놓고 설전을 벌인 중국 정부와의 갈등 해결도 그의 국정능력을 평가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존슨 당선 발표 이후 트위터에 “존슨이 총리에 오른 것을 축하한다”며 “그는 잘 해낼 것”이라고 지지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