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춘추전국시대 노나라의 권신이었던 계씨(季氏)가 전유(顓臾)지역을 정벌하려 하자, 공자가 제자들과 더불어 그 부당함을 토론하다가 “계씨의 우환은 전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소장(蕭牆) 안에 있을까 두렵다(吾恐季孫之憂,不在전臾,而在蕭牆之內也. - 논어 계씨)”는 결론을 내린다. ‘蕭’는 원래 ‘쓸쓸할 소’라고 훈독하고, ‘牆’은 ‘담 장’이라고 훈독하는 글자로서 경계를 가르기 위해 친 담을 말하는데, ‘蕭’는 ‘엄숙할 숙(肅)’과 통하는 글자이다. 그러므로 蕭牆은 곧 肅牆이다. ‘숙장(肅牆)’이란 중국 춘추시대 임금의 집무실에 쳤던 병풍을 말한다. 신하들이 왕을 만나기 위해 이 병풍에 이르면 당연히 엄숙한 태도를 취해야 했으므로 ‘숙장’이라고 부르게 되었는데, 肅과 蕭가 서로 통하는 글자이므로 훗날에는 흔히 ‘蕭牆’이라고 쓰게 된 것이다.
공자가 “계씨의 우환은 전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소장지내(蕭牆之內)에 있을까 두렵다”고 한 것은 바로 내부의 분란을 염려한 것이다. 공자의 이러한 말로 인하여 후에 ‘소장지변(蕭牆之變)’, 혹은 ‘소장지란(蕭牆之亂)’이라는 말이 생겼는데 ‘소장지변’은 ‘소장 안에서 일어난 변고’라는 뜻이고, ‘소장지란’ 역시 ‘소장의 내부에서 일어난 분란’이라는 뜻으로서 다 ‘내부의 다툼’, 즉 ‘자중지란(自中之亂)’을 이르는 말이다.
일본의 경제보복 앞에서 여당과 야당, 보수언론과 진보언론 사이의 관점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여당과 진보언론은 잘못된 역사관과 외교에 대한 무례한 인식을 가지고 경제보복에 나선 일본의 행태를 비판하며 경제보복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야당과 보수언론은 외교를 잘못하여 경제문제로 불똥이 튀게 했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외교 역량을 비판하고 있다. ‘소장지란’, 즉 ‘자중지란’이 아닌지 국민들은 불안하다. 사리사욕과 당리당략을 버리고 초당적인 한마음으로 대처해야 할 때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