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출 규제 여파로 한국과 중국, 일본이 추진하는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차질이 예상된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 소재 수출을 제한해 한일 간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3국 FTA 협상이 이뤄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3국의 FTA 협상이 표류하면 미국의 통상압박에 맞서 다자주의를 지지하는 우군을 확보하려는 중국의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산업부 동아시아FTA추진기획단은 올해 4월 진행된 제15차 한중일 FTA 공식 협상 이후 16차 협상 일정을 잡기 위해 중국 및 일본 통상당국과 협의를 하고 있다. 그러나 16차 협상이 언제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종전 협상에서 한중일 3국은 아태지역 메가 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보다 높은 수준의 한중일 FTA 자유화 달성에 공감하면서 연내 타결을 목표로 속도를 내기로 했었다. 산업부는 “현재 중국, 일본 측과 얘기를 나누고 있지만 아직 일정이 잡히진 않았다”면서 “협상 거부 등 일본 정부의 특이 동향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중일 FTA 협상은 일본의 수출 규제 여파로 잠정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협상 종료 후 3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선임연구원은 “일본 정부가 우리 정부의 수출 관리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수출을 제한하고 있는 마당에 한중일 FTA 협상에 나설지 의문”이라며 “다만 중국과도 연결돼 있기 때문에 협상이 폐기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말했다.
3국이 2012년 협상을 개시한 한중일 FTA는 세계 인구의 21.5%, 국내총생산(GDP)의 20.5%, 무역의 17.5%를 차지하는 거대 다자 FTA다. FTA 체결 시 유럽연합(EU),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이은 세계 3대 경제권이 탄생된다.
한중일 FTA 협상이 중단되면 자유무역 공조를 강화하려는 중국의 통상전략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