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자업체 도시바에서 분사한 반도체 기업 도시바메모리가 사명을 변경한다. 최근 한국과 일본 간 갈등이 고조되는 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144년 된 모회사의 이름을 버리고 이미지 쇄신에 나섰다.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도시바는 10월 1일부터 사명을 ‘키옥시아(Kioxia)’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키옥시아는 일본어 ‘기억(記憶·きおく)’과 그리스어로 ‘가치’를 나타내는 ‘아시아(axia)’를 조합해 만들었다. 자회사 및 제품 브랜드도 10월부터 순차적으로 변경한다는 계획이다.
스테이시 스미스 도시바 회장은 사명 변경과 관련해, “현재 우리는 그동안 겪었던 것보다 더한 위험들 앞에 놓여 있다”며 “외부의 변화된 환경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도시바는 현재 도시바메모리 의결권의 약 40%를 보유하고 있다. 스미스 회장은 “우리는 도시바에 많은 빚이 있다. 도시바는 최대 주주이며, 그것에 변함은 없다”고 말했다.
FT는 도시바의 사명 변경에 대해 한일 갈등 등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한일 갈등이 고조되면서 반도체 칩 가격이 치솟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스마트폰과 컴퓨터 수요 감소로 반도체 칩 가격 폭락을 겪기도 했다. 이같은 부침이 반복되면서 올해로 예상했던 기업공개(IPO)도 불확실한 상황에 처했다.
올해 초 전문가들은 도시바의 연내 상장을 예측했지만 미중 무역전쟁으로 글로벌 경기 심리가 위축되면서 시장 불확실성이 커져 상장 시기조차 갈피를 못잡게 됐다.
이런 이유로 도시바는 반도체 칩을 넘어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스미스 회장은 “우리는 도시바 유산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 토대 위에서 독립된 기업으로 새 시대를 열어 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우리는 글로벌 경쟁력이 필요하다. 그게 우리가 지금 집중하고 있는 분야이고 적절한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역설했다.
도시바는 삼성전자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차세대 기술을 위한 인수합병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미국 인텔 간부를 역임한 스미스 회장은 지난해 10월에 도시바 회장에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