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아베 신조 일본 정부의 대한국 수출 규제에 삼성전자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일본 이외 지역에서 소재 조달을 위한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며 “일본 제품의 우수한 품질을 다른 나라가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장기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기업의 점유율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우리 정부는 17일 일본 수출 규제에 대응할 종합대책을 조만간 발표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미 규제 대상 품목인 ‘불화수소(에칭가스)’에 대해 한국과 중국, 대만 제품을 놓고 테스트에 들어갔다. 시험 결과는 2~3개월 후 나올 예정이다. SK하이닉스도 비슷한 시험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은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를 계기로 한국이 일본 의존에 대한 위험성을 깨닫고 공급처 다각화에 총력을 기울이게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에는 첨단 반도체 소재에서 전 세계 시장의 80% 이상 점유율을 자랑하는 품목이 많다, 한국 기업이 대안을 확보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약 5조8000억 엔(약 63조 원)에 달하는 글로벌 반도체 소재시장에서 일본 점유율은 50%에 달한다. 고성능 반도체에 필요한 첨단 소재는 점유율이 80% 이상이다. 실리콘 웨이퍼는 신에쓰화학공업과 SUMCO가 세계 시장 점유율의 60%를 쥐고 있고, 규제 대상 중 하나인 리지스트는 JSR나 도쿄오카공업 등 일본 업체가 9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일본 소재를 대체하기가 쉽지는 않다고 입을 모은다. 신문은 소재의 경우, 가전이나 스마트폰과 달리 분해할 수 없어서 제조 노하우를 분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만큼 모방이 어려워 일본 업체가 독보적인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최첨단 EUV 리지스트는 머리카락의 1만분의 1에 달하는 얇은 패턴을 정확하게 기판에 전사하는 데 필요해 높은 품질이 요구된다.
고순도의 불화수소에도 노하우가 있다. 고성능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불화수소는 불순물을 1조분의 1 이하로 억제해야 한다. 또 불화수소는 독성이 강하고 부식성이 높아 취급 시설도 안전성이 요구된다.
중국과 대만에서도 불화수소를 만들고 있으며 일부는 이미 한국에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한 중국 업체 관계자는 “일본 품질을 따라잡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현 중국 기업 수준에서는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절박하다. 닛케이는 과거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 사례를 들며, “한일 갈등이 장기화하면 일본 기업을 대체할 공급처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