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좋지 않다고 금융회사가 신용 공급을 과도하게 줄이면 오히려 자산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할 수 있습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은행들에 날린 일침이다. 자금난에 허덕이는 제조업 중소기업들의 우산을 뺏지 말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관치 금융 비난이 뻔한데도, 윤 원장이 임원 회의에서 한 말을 이례적으로 공개한 것은 은행권의 어두울 때 더 빛을 발하는(?) ‘안전빵 영업’ 때문이다.
상반기 은행권의 제조업 중기 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3%(5조5000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체 중기 대출 증가 폭(3.8%)의 절반밖에 안 된다. 더욱이 자금 수혈이 시급한 조선, 자동차업에 대한 대출은 하나도 늘지 않았다.
“아쉬울 때마다 생산적 금융에 힘쓰겠다”는 말이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문제는 은행들이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한다는 거다. 신용을 평가하려면 ‘귀찮기’ 때문이다. 신용평가회사(CB) 자료부터 거래실적, 고객정보 등을 모두 들여봐야 해 공이 많이 든다. 떠안아야 할 위험부담도 크다. 계산기에 담보 가치만 입력하면 빌려줄 액수가 바로 나오는 담보대출과 다르다.
아프리카 속담에 ‘혼자 가면 빨리 가고,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말이 있다.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에 진정한 우산이 돼주는 은행의 포용적 자세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