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독일 국방장관이 차기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으로 공식 선출되면서 역사상 첫 여성 EU 집행위원장이 됐다.
16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유럽의회는 이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본회의를 열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독일 국방장관을 차기 EU 집행위원회 위원장으로 공식 선출했다.
이날 오후 유럽의회 본회의에서 열린 폰데어라이엔 후보에 대한 인준 투표에서 재적의원(747명)의 절반이 넘는 383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이로써 폰데어라이엔은 EU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집행위원장에 당선됐다. 폰데어라이엔은 11월 1일 장클로드 융커 현 위원장의 뒤를 이어 취임한다.
하지만 EU의 ‘유리천장’을 깨뜨렸다는 기쁨도 잠시, 폰데어라이엔은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있다. 일단 지지 기반이 약하다. 그는 가결정족수(374표)보다 겨우 9표를 더 받았다. 5년 전, 장클로드 융커 현 위원장이 받은 422표에 훨씬 못 미친다.
앞서 지난 2일 EU 정상회의는 폰데어라이엔을 차기 EU 집행위원장 후보로 추천했다. 그러나 실제 개표 결과 발표 전까지도 인준 투표 가결 여부가 불투명했다. 유럽의회 내에 폰데어라이엔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다수 제기됐기 때문이다.
유럽의회 의원들은 당초 각 정치그룹에서 집행위원장 후보로 선출한 사람을 차기 집행위원장으로 선출하기를 기대했으나 EU 회원국 정상들은 의외의 인물인 폰데어라이엔을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로 추천했다.
폰데어라이엔은 차기 집행위원장으로 공식 선출된 뒤 인사말을 통해 “단합되고 강한 EU를 만들겠다”며 “큰 책임감을 느끼고, 나의 책무는 이제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건설적으로 함께 협력해 나가자”며 유럽의회에 협력을 당부했다.
폰데어라이엔 차기 집행위원장은 또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문제, 무역 갈등, 기후변화 등 시급한 현안도 떠안게 됐다. 브렉시트가 현실이 될 경우 그 여파를 잘 관리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떠안게 되는데, 최악의 시나리오로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이른바 ‘노딜 브렉시트’가 되면 폰데어라이엔의 정치적·경제적·외교적 부담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폰데어라이엔은 이날 인준 투표에 앞서 실시한 정견 발표에서 “타당한 이유가 있으면 브렉시트 추가 연기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 글로벌 성장과 무역에 대한 찬성 입장을 밝혔다.
폰데어라이엔의 EU 집행위원장 선출로 오는 9월12일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공식 사임하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차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함께 두 여성이 EU 수장에 오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