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을 제공하는 ‘화이트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그 파장에 대한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고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실제로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국가에서 제외하면, 한국에 있는 일본 제조업체들이 생산 기지를 다른 나라로 옮길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에서 첨단소재를 수입해 제품을 생산하는 데 따른 번거로움은 물론이고, 최근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까지 더해져 인건비 측면에서 메리트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일본은 무기로 전용될 수 있는 전략물자에 대해서는 개별 물품이나 기술 수출 건마다 받아야 하는 ‘개별허가’와 일괄적으로 허가해주는 ‘포괄허가’로 수출을 관리하고 있다. 특히 선진국에 대해서는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는 판단 하에 최소한의 규제를 유지해 수출 효율성을 유지하는 방편으로 포괄허가에 ‘화이트국가’ 우대 조치를 포함하고 있다. 화이트국가에 속한 나라들은 이른바 ‘캐치 올(Catch All)’ 규제에서 제외된다. 캐치 올 규제는 수출 금지 품목에 해당되지 않지만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이용될 수 있다고 여겨지면 수출을 통제할 수 있는 제도다.
현재 일본은 27개국을 화이트국가로 지정하고 있으며 한국은 아시아에서 유일한 화이트국가다. 해당 국가들은 일단 포괄허가를 받으면 3년간 같은 목적지와 물품이라는 조건에서 수출 허가를 또 받을 필요가 없는 간소화 혜택이 적용됐다.
그러나 한국이 화이트국가에서 제외되면 이런 혜택은 사라지게 된다. 한국에 수출하는 기업은 계약 건별로 별도 허가를 취득해야 하며 승인을 얻기까지 약 90일이 소요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일본 정부가 수출을 불허할 수도 있다. 한 마디로 일본 정부가 대한국 수출 기간과 여부를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한국무역협회 등은 일본의 수출 규제가 기존 3개 품목에서 약 767개 품목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추산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물가가 낮은 아시아권에선 한국이 유일하게 화이트국가여서 첨단소재 생산 업체들의 한국 진출에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다른 아시아 국가와 같은 취급을 받으면 인건비 측면에서 불리해지고 일본에서 첨단소재를 수입할 때 이전에 없었던 복잡한 절차가 요구돼 한국에서 철수할 명분이 충분하다.
여기다 거세지는 반일 감정도 한국 내 일본 기업들의 입지를 위태롭게 한다. 국내에서 일제 강제징용 가해 기업들에 대한 자산 강제 매각 절차가 시작되면서 한일 양국 간 갈등은 더욱 격화하고 있다. 당장 피해자 대리인 측이 16일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자산 강제 매각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고, 일본제철, 후지코시 등이 소유한 회사 주식에 대해서도 매각 명령이 신청된 상태다.
이에 대해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16일 “한국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 자산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피해가 발생하면 보복 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도 “당연히 일본 기업에 실질적인 손해가 미치지 않아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