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국내 바이오산업의 인력난이 갈수록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 3년 후인 2022년에는 8101명, 2027년에는 2만307명이 부족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런 현상은 국내 바이오산업이 탄력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데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굵직한 기업들이 생산시설을 키우면서 대규모 수요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내놓은 ‘우리나라의 산업기술인력 수급 현황’(2017년 기준)을 보더라도 제약·바이오분야의 산업기술인력 부족률은 3.5%로 12대 주력산업 중 소프트웨어분야(4.1%)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더욱이 바이오산업의 인력난은 단순한 제조업 일손 부족과는 다르다는 점이 문제다.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가 지난해 공개한 바이오의약산업 고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 31곳 중 39.5%는 직무수행을 위한 자질(학력, 자격 등)이 적합한 인력이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반면 구직지원자 수가 적다고 응답한 기업은 9.3%에 불과했다. 숫자의 문제라기보다는 적합한 능력을 갖춘 인재난에 허덕이는 것이다. 한 바이오기업 관계자는 “필요한 인력에 비해 경험 있는 인력이 절대적으로 모자란다”면서 “결국 업계 내에서 일정 인력이 돌고 도는 셈”이라고 말했다.
제약바이오 업계 인력난은 기업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최근 업계를 뜨겁게 달군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치료제 ‘인보사’ 사태는 허가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전문가 부족도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차치하더라도 중국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의약품 허가·심사 인력으로 의약품 안전성과 유효성을 담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신약 개발 속도마저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업계는 바이오의약품에 특화한 전문인력 양성 사업의 정착을 고대하고 있다. 바이오의약품은 연구·개발(R&D)은 물론 인허가, 생산, 판매 등 전 분야에 걸쳐 숙련된 전문가가 필요하다. 신약 개발의 성패는 결국 우수한 인적 자원이 달려 있다. 특히 K-바이오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만큼 R&D 인력뿐 아니라 품질보증(QA)/품질관리(QC) 등에 관한 전문 인력의 필요성이 증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현장 맞춤형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산업계와 학계, 정부가 협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재국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상무는 “제약·바이오 선진국인 미국·유럽처럼 학부과정만 마쳐도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을 정도의 실무 교육이 필요하다”며 “최근 오송에 한국 바이오인력 개발센터가 문을 여는 등 인력 양성 정책이 첫발을 뗀 만큼 앞으로 더욱 의지를 갖고 추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