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탈중국 모범 사례로 떠올라

입력 2019-07-0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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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기업 사드 위기 전부터 점진적으로 철수…2014년 중국 상대 ISD 첫 소송이 계기”

▲중국 베이징의 한 롯데마트 정문을 2017년 3월 17일(현지시간) 경찰이 지키고 서 있다. 베이징/AP뉴시스
▲중국 베이징의 한 롯데마트 정문을 2017년 3월 17일(현지시간) 경찰이 지키고 서 있다. 베이징/AP뉴시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서구권 기업들이 중국에서의 탈출을 모색하고 있다. ‘탈중국’을 추진하는 서방 기업들에 삼성전자와 롯데, 현대자동차 등 한국 기업이 모범 사례로 떠오르고 있다고 4일(현지시간)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흔히들 한국이 중국에서 탈출하게 된 계기로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갈등을 꼽고 있다. 당시 주한미군에 사드를 배치할 땅을 제공한 롯데는 중국 전역에서 보이콧에 직면했으며 정부가 위생기준 미흡 등을 이유로 롯데마트 매장을 폐쇄하기도 했다.

캐나다와 호주 등도 미국과 정치적 군사적으로 동맹이지만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커서 한국과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다. 캐나다는 지난해 말 미국의 요청으로 멍완저우 화웨이테크놀로지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구속하고 나서 육류 수출이 금지당하는 등 중국으로부터 온갖 보복을 당하고 있다.

무역 전쟁과 그에 따른 막대한 관세 등 중국 리스크가 커지면서 전문가들은 서구 기업이 한국의 탈중국 노력을 진지하게 연구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컨트롤리스크그룹의 앤드루 길홀름 한국·중국 담당 이사는 “일부 한국 기업에 2017년(사드) 이후 일어났던 모든 문제는 사실 ‘위장된 축복’과 마찬가지”라며 “그들은 다른 모든 기업들이 지금 그런 것보다 2년 앞서 탈중국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SCMP는 한국 기업들이 사드 위기와 미·중 무역 전쟁이 일어나기 수년 전부터 점진적으로 중국에서 철수해왔다고 전했다. 10년 전만 해도 한국 기업들은 중국에서 강한 존재감을 과시했으나 현지 경쟁사들이 부상하면서 점점 빛을 잃어갔다. 이에 한국 기업들이 진작 중국을 떠나 새 대안을 찾았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2008년 베트남에 첫 공장을 건설하는 등 장기간 현지 공급망을 구축했다. 다른 기업들도 중국을 대신해 동남아시에 발판을 다져나가고 있다. 반대로 중국 공장은 계속해서 축소하고 있다. 지난해 선전과 톈진의 스마트폰 공장을 폐쇄했으며 후이저우에 남아 있는 중국 마지막 스마트폰 공장도 문을 닫기 일보 직전이다. 삼성은 중국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이 2013년에 20%로 정점에 달했지만 지난해는 0.8%에 그쳤다.

현대·기아차도 2010년대 초반 시장점유율이 약 10%였으나 지난해는 2.7%에 불과했다. 이에 중국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홍콩시티대학의 줄리앙 체이스 법학과 교수는 한국 기업들의 탈중국 시작 시기를 2014년으로 보고 있다. 그는 “한국 안성주택산업이 2014년 중국에 대해 처음으로 ‘투자자-국가 분쟁(ISD)’ 소송을 제기했다”며 “당시 다른 한국 기업들이 적대적인 중국 사업 환경을 자각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안성주택은 2006년 말 27홀 골프장 개발을 위해 중국 장쑤성 정부와 투자 협정을 맺었으나 지방정부가 부동산법 변경 등을 이유로 필요한 토지를 다 제공하지 않으면서 프로젝트가 무산됐다. 결국 안성주택은 2011년 해당 사업을 현지 업체에 초기 투자비용보다 훨씬 싼 가격에 매각했다.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는 해당 ISD에 대해 2017년 안성주택에 최종 패소 결정을 내렸다.

체이스 교수는 “한국 사례는 여러 이유에서 독특하지만 중국에서 사업하는 많은 외국 기업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보여준다”며 “조만간 유럽 기업들도 중국 사업을 재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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