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 재개를 선언한 지 며칠 만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유럽의 환율조작을 문제 삼고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달러 약세를 유도하려고 조만간 환시 개입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부상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중국과 유럽이 미국과 경쟁하려고 (통화)시스템에 돈을 쏟아 붓고 있다”며 “통화조작 게임을 하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대응하지 않으면 다른 국가들이 게임을 하는 동안 뒤로 물러나 얌전히 지켜보는 멍청이 노릇을 계속해야 한다”고 미국의 대응을 촉구했다.
블룸버그는 전문가를 인용해 트럼프의 이 발언이 단순한 구두 경고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만간 미 재무부가 달러 약세 유도를 위해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엔화 가치가 치솟자 국제 공조의 일환으로 달러 강세를 유도한 이후 외환시장 개입을 자제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달러 강세를 문제삼고 있다. 5월 말 미 재무부가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보류한 이후에도 트럼프는 달러 강세에 대한 불만을 거듭 내비쳐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이 머지 않았다는 관측이 고조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가 이달 말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를 지켜보고, 만일 연준이 또다시 금리를 동결할 경우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점쳤다. 트럼프의 환율조작 언급은 연준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수단인 셈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연준의 네 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이 미국의 주가와 경제성장을 해친다며 금리 인하를 압박해왔다. 지난달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하지 않은 연준을 향해 “고집 센 아이처럼 말을 안 듣는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바이판 라이 CIBC 외환전략 분석가는 “트럼프의 ‘환율조작’ 집착은 우리가 준비를 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미 재무부가 수십 년간 외환시장 개입을 피해왔지만 지금 트럼프 하에서 그 전략이 변하는 건 시간문제”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이미 금리인하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트럼프의 주장에 힘을 보태는 모양새다. 4일 미국 증시에서는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 완화정책 기대감에 따른 투자심리 고조로 3대 주요지수가 나란히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차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로 지명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마리오 드라기 현 ECB 총재의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트럼프가 공석인 연준 이사에 발탁한 2명도 금리 인하를 지지파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