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댓트립_섬을 달리다③] 다리 하나 놓았을 뿐인데…'핫 플레이스' 천사대교·고금대교

입력 2019-07-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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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타고 바다를 가로질러 한참을 간 후에야 닿을 수 있었던 그 섬들이 주말 인기 여행지가 됐다. 섬과 섬을 연결하는 다리가 놓이면서 당일치기나 1박 여행 등 가벼운 여행이 가능해진 것이다. 사람 손 타지 않은 곳이어서 자연 그대로의 느낌도 간직하고 있다. 새로 놓인 다리마저 꼭 봐야 하는 볼거리다. 한국관광공사를 통해 차를 타고 떠나는 매력적인 섬 여행지를 추천한다.

▲암태도 쪽에서 바라본 천사대교.(사진제공=이하 한국관광공사)
▲암태도 쪽에서 바라본 천사대교.(사진제공=이하 한국관광공사)

◇ 자동차로 즐기는 4색 섬 여행, 신안 암태도-팔금도-안좌도-자은도 = 요즘 가장 '핫한' 관광지라면 전남 신안의 암태도와 자은도, 팔금도, 안좌도다. 압해도와 암태도를 잇는 천사대교가 개통하면서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과거 네 섬에 닿으려면 압해도 송공리선착장에서 배로 25분쯤 가야 했지만, 이제 목포와 연륙교로 이어진 압해도부터 다이아몬드제도의 관문인 암태도까지 차량 여행이 가능하다. 암태도와 자은도, 팔금도, 안좌도가 모두 다리로 연결됐다.

천사대교에는 공사비 5814억 원이 투입됐다. 2010년 9월부터 공사 기간만 10년 가까이 걸렸다. 총 길이 10.8km, 너비 11.5m인 왕복 2차로 다리가 압해읍 송공리와 암태면 신석리를 잇는다. 현수교와 사장교를 합친 외관이 시선을 끈다. 현수교는 양쪽 교각에서 케이블을 늘어뜨리고 다리 상판을 연결하는 구조로, 영종대교가 대표적이다.

▲천사대교.
▲천사대교.

높은 교각 양쪽에서 케이블을 내려 다리를 지탱하는 사장교는 인천대교를 떠올리면 된다. 천사대교는 국내 다리 중 유일하게 현수교와 사장교를 함께 적용했는데, 이는 바닷물의 흐름과 수심, 선박 이동 동선 등을 고려한 결과다. 바다 위 10.8km를 가로지르는 도로 중 교량 구간은 7.2km. 인천대교와 광안대교, 서해대교에 이어 국내에서 네 번째로 길다. 주탑(195m)은 천사대교 상징물로, 마름모꼴인 신안의 지형을 본떠 다이아몬드제도를 형상화했다.

▲송곡리 매향비.
▲송곡리 매향비.

신안암태도송곡리매향비(전남기념물 223호)도 유명하다. 매향비는 해안 지역에서 보이는 미륵 신앙 유적이다. 바닷가에 향나무를 묻고 1000년 뒤 다시 떠오른 향나무로 향을 피우면 미륵이 나타난다고 한다. 장고리에서 동쪽으로 2km 떨어진 바닷가에 있는 매향비는 1405년에 세웠다.

▲기동삼거리 벽화.
▲기동삼거리 벽화.

천사대교가 개통하며 기동삼거리에ᅠ있는 벽화가ᅠ이슈가ᅠ됐다. 자은면과 팔금면, 안좌면이ᅠ갈라지는ᅠ기동삼거리ᅠ조그만 농약사 담벼락에ᅠ예쁜ᅠ애기동백나무가 고개를 내민다. 이 나무를 머리 삼아 환하게 웃는 할머니 할아버지 얼굴이 담벼락에 그려졌다. 처음에는 할머니 얼굴을 그렸는데, 서운해하는 할아버지의 마음을 전해 들은 신안군이 애기동백나무를 한 그루 더 심고 할아버지 얼굴을 그려 부부 벽화가 탄생했다. 이 벽화를 보고 오른쪽으로 향하면 자은도, 왼쪽으로 가면 팔금도와 안좌도다.

▲암태도에서 팔금도 가는 길.
▲암태도에서 팔금도 가는 길.

암태도에서 중앙대교를 건너 내려오면 팔금도다. 새 여덟 마리가 모여 있는 듯한 팔금도는 천사대교를 건너 만나는 네 섬 가운데 가장 작다. 인구도 가장 적다. 섬은 차분하고 조용하다. 시간이 정지된 듯한 마을 풍경이 고즈넉하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팔금도.
▲고즈넉한 분위기의 팔금도.

팔금도에서 신안1교를 건너면 안좌도다. 이 섬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은 읍동리에 있는 신안 김환기 고택(국가민속문화재 251호)이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라고 불리는 김환기 화백은 안좌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 1970년 미국 뉴욕에 살던 김 화백은 김광섭의 시 '저녁에'를 보고 가슴이 먹먹해져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김환기 화백 생가.
▲김환기 화백 생가.

고국과 고향이 사무치게 그리운 그는 보고 싶은 얼굴을 떠올리며 하나씩 점을 찍었다. 그리고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라는 걸작을 탄생시켰다. 고택은 1910년 김 화백 아버지가 백두산에서 가져온 나무로 기품 있게 지었다. 고택 건너편 마을에는 김 화백의 그림이 벽화로 그려졌다.

▲마을 벽에 그려진 김환기 화백의 그림.
▲마을 벽에 그려진 김환기 화백의 그림.

안좌도의 또 다른 명물은 박지도와 반월도를 잇는 퍼플교다. 박지도에서 목포까지 걸어가는 것이 소망이던 김매금 할머니의 꿈을 이루기 위해 만든 나무다리다. 보라색 꽃과 농작물이 풍성해 퍼플교라 불린다.

▲퍼플교.
▲퍼플교.

암태도에서 은암대교를 건너면 네 섬 가운데 여행객이 가장 많은 자은도다. 섬 이름은 '자애롭고 은혜롭다'는 뜻이다. 임진왜란 때 명나라 이여송 장군을 따라온 장수 두사춘이 작전에 실패하자, 처형될 것이 두려워 자은도로 숨어들었다. 다행히 생명을 건져 보답하는 마음으로 부른 이름이라고 한다.

▲분계해수욕장 일몰.
▲분계해수욕장 일몰.

자은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분계해수욕장이다. 해안 길이 약 1km에 모래밭의 경사가 완만하고, 편의 시설을 잘 갖춰져 있다. 해변에는 수령이 족히 200년은 넘었을 소나무가 빼곡하다. 2010년 시민 단체 생명의숲이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해수욕장에서 소뿔섬이 보인다. 소머리에 뿔 두 개가 솟구친 모양이라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분계해수욕장 여인송.
▲분계해수욕장 여인송.

자은도 맨 아래 있는 백길해수욕장은 백사장이 유독 하얗다. 규사 성분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신성, 양산, 내치 등 크고 작은 해수욕장 9곳이 섬 곳곳에 있어 마음에 드는 곳에서 피서를 즐기기 좋다.

▲자은도 해사랑길에 선 관광객들.
▲자은도 해사랑길에 선 관광객들.

◇ 배 타지 않고 떠나는 완벽한 섬 여행, 완도 고금도 = 크고 작은 200여 개 섬이 있는 완도군은 연륙교 섬 여행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완도군에서 큰 섬인 완도, 고금도, 신지도, 조약도(약산도)는 다리로 연결돼 배를 타지 않고 쉽게 이동한다.

▲고금도는 3개의 다리를 통해 육지 및 주변 섬과 연결된다.
▲고금도는 3개의 다리를 통해 육지 및 주변 섬과 연결된다.

그중 완도군에서 두 번째로 큰 고금도는 세 다리로 육지 혹은 다른 섬과 이어진다. 2007년 강진군과 고금도를 잇는 고금대교가 개통함에 따라 고금도는 육지에서 차로 여행할 수 있는 섬이 됐다. 1999년 개통한 약산연도교가 고금도와 약산면 조약도를 잇고, 2017년 개통한 장보고대교가 고금도와 신지도를 잇는다. 이로써 고금도는 섬이지만 섬 같지 않은 땅이 됐다. 고립된 섬이 아니라 어디로든 연결되는 열린 섬이다.

▲고금대교 근처의 표지석.
▲고금대교 근처의 표지석.

고금도는 강진군 마량면과 완도읍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 장보고대교가 완공되며 고금도와 신지도 사이 바다에서 끊긴 국도77호선이 이어졌고, 이 길을 따라 자동차로 강진과 완도, 해남을 두루 여행할 수 있다.

▲고금도와 신지도를 잇는 장보고대교.
▲고금도와 신지도를 잇는 장보고대교.

강진에서 고금대교를 건너면 바로 고금도에 이른다. 차를 타고 그대로 달려 고금도에 도착하니 섬에 들어왔다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유자의 고장, 고금'이라고 적힌 조형물과 고금도 푯돌이 입도를 알려줄 뿐이다.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고인돌.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고인돌.

고금도를 돌아보는 길은 단순하다. 고금대교 남단에서 국도77호선을 따라 3분쯤 달리면 왼쪽으로 고인돌공원이 보인다. 청동기시대를 대표하는 무덤 유적인 완도고금도지석묘군(전남기념물 231호)을 만나는 공원이다. 고금도지석묘군은 가교리와 청용리, 덕암리 일대에 분포하는 도서 지방 최대 고인돌 밀집지다.

▲잠시 쉬어가기 좋은 고인돌공원.
▲잠시 쉬어가기 좋은 고인돌공원.

▲산중 꽃길이 펼쳐지는 덕암산 꽃누리 생태공원.
▲산중 꽃길이 펼쳐지는 덕암산 꽃누리 생태공원.

국도77호선을 따라가면 덕암산꽃누리생태공원도 만난다. 산자락에 금잔디, 수선화, 구절초 등이 소담하게 피어나고 산책로도 있다. 꽃밭 아래쪽에는 키 큰 나무가 울창하다. 나무 사이로 각양각색 돌탑이 늘어서 볼거리를 더한다. 군데군데 평상이 놓여 삼림욕을 즐기기에도 그만이다.

▲각양각색의 돌탑이 볼거리를 더한다.
▲각양각색의 돌탑이 볼거리를 더한다.

덕암산 자락에서 내다보는 고금도는 섬이 아니라 농촌 같다. 고금도는 어촌과 농촌이 공존하는 곳으로, 농업에 종사하는 주민이 많다. 특산품도 유자, 매생이, 굴 등 농산물과 수산물이 두루 포함된다. 지방도830호선을 따라 달리면 그 특색을 느낄 수 있다. 내륙에서는 농촌 색이 짙다가 해안 쪽으로 갈수록 어촌 정취가 강해진다.

▲농촌과 어촌 풍경이 어우러진 고금도.
▲농촌과 어촌 풍경이 어우러진 고금도.

이런 지형적 특성은 이순신 장군이 1598년 삼도수군통제영을 고금도로 옮기는 데 한몫했다. 고금도가 왜군을 방어하기에 군사적·지리적 요충지인 동시에, 내륙에 농토가 많아 군량미 확보에도 용이했기 때문이다. 이순신 장군은 고금도에서 명나라 진린 장군과 연합 전선을 펴 노량해전을 승리로 이끌며 정유재란을 마무리 지었다. 노량해전에서 순국한 이순신 장군의 유해는 이곳 월송대에 임시 안장했다가 충남 아산으로 옮겼다.

▲이순신 장군을 모시는 충무사.
▲이순신 장군을 모시는 충무사.

월송대 앞으로 충무사가 있다. 원래 이 자리에는 진린 장군이 관우 장군을 모시고 승전을 기원한 관왕묘가 있었으나, 일제강점기에 훼손되고 광복 후 이순신 장군을 추모하는 충무사를 세웠다. 충무사에서는 해마다 양력 4월 28일에 충무공탄신제를, 음력 11월 19일에 순국제를 지낸다. 월송대와 충무사 일대는 완도 묘당도 이충무공 유적(사적 114호)으로 지정·보호된다.

▲친환경 해수욕장 국제인증을 받은 신지명사십리해수욕장.
▲친환경 해수욕장 국제인증을 받은 신지명사십리해수욕장.

고금도 국도77호선 남쪽 끝은 장보교대교로 이어진다. 장보고대교를 건너면 신지명사십리해수욕장으로 유명한 신지도다. 백사장과 울창한 송림이 있는 신지명사십리해수욕장은 최근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블루플래그'를 획득했다. 블루플래그는 환경, 수질, 안전 등 여러 기준을 만족시킨 친환경 해수욕장에 주는 국제 인증이다. 신지명사십리해수욕장은 산소 음이온이 풍부하고 수질 상태가 좋으며, 천혜의 자연경관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았다.

▲장도 청해진유적에서 바라보는 풍경.
▲장도 청해진유적에서 바라보는 풍경.

신지도에서 신지대교를 이용하면 완도군의 본 섬, 완도에 이른다. 신지대교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완도 청해진 유적(사적 308호)이 자리한다. 해상왕 장보고와 그가 설치한 청해진 유적을 살펴볼 수 있다. 완도에 딸린 작은 섬 장도는 원래 간조 때만 출입이 가능했는데, 지금은 장도목교를 통해 언제든 자유롭게 방문한다.

▲육지의 강진과 고금도를 잇는 고금대교.
▲육지의 강진과 고금도를 잇는 고금대교.

고금도는 강진과 가깝다. 고금대교를 건너면 바로 강진이다. '2019 올해의 관광도시'로 선정된 강진은 고려청자의 진수를 만나는 곳이다. 강진군 대구면과 칠량면 일대에 고려청자를 만들던 가마터가 있다.

▲육지와 가우도를 잇는 출렁다리.
▲육지와 가우도를 잇는 출렁다리.

청자타워가 있는 가우도는 섬 양쪽의 출렁다리로 육지와 연결된다. 대구면에서는 저두출렁다리(438m), 도암면에서는 망호출렁다리(716m)를 이용한다. 청자타워에 오르면 강진만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스릴감 넘치는 짚트랙도 체험 가능하다. 요트나 제트보트를 타고 가우도를 감상하는 특별한 기회도 놓치지 말자.

▲가우도에서 즐기는 요트 투어.
▲가우도에서 즐기는 요트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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