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위성사진 분석 결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이란산 원유의 전면 금수 조치를 발동한 이후에도 중국이 비공식 루트로 이란과 계속 거래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해상 환적이나 제3국을 경유하는 수법으로 이란산 원유를 밀수하고 있다는 의혹이다.
원유 수송·보관 조사 전문업체인 탱커트랙커스닷컴(Tanker Trackers.com)이 공개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중국의 대형 유조선인 퍼시픽알파호는 지난 5월 20일 이란 영해 인근 해상에서 정체 불명의 유조선과 접촉했다. 이후 한 달여 뒤인 지난달 28일 말라카 해협을 통과하는 퍼시픽알파호의 선체 형태는 원유를 가득 실은 상태다.
환적 시점은 미국이 한국·중국·일본 등 8개국에 적용하던 이란산 원유 수입금지 한시적 제재 예외 조치를 철폐한 이후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미국 정부는 이란 원유 수출을 제로(0)로 하려는 목적으로 5월 2일 만료되는 제재 유예 조처를 연장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미국은 이란이 유조선의 위치를 표시하는 위성항법장치(GPS) 신호를 끄는 수법으로 환적 밀수출을 계속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미르 마다니 탱커트랙커스닷컴 운영자는 “행적을 숨기기 위해 종종 유조선들이 신호를 꺼버린다”며 “중국 유조선도 자신들의 행적을 숨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신문은 또 중국이 제3국을 통해 우회적으로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정황도 포착됐다고 지적했다. 중국세관총서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이란산 원유량 수입량은 급감했다. 지난 5월 중국의 원유 수입량은 107만t(약 790만 배럴)으로 전월 대비 67%나 줄었다.
그러나 5월 말레이시아로부터의 원유 수입량이 전월 대비 2.8배 늘어난 137만t(약 862만 배럴)로 나타났다. 말레이시아를 통한 원유 수입이 급증한 게 의심스럽다는 분석이다. 말레이시아는 중국, 이란과 전통적인 우호국이다.
이와 관련해 아시아 석유시장 전문가는 “중국이 미국의 이란 제재에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우회 수출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이란산 원유 밀수가 확인될 경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소강 상태에 접어든 미·중 무역갈등이 재점화될 수 있다고 신문은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