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동 성상품화 광고, '퇴행'이다

입력 2019-07-02 18:16 수정 2019-07-0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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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꽃들 유통바이오부 기자

바짝 클로즈업된 소녀의 분홍 입술에 딸기맛 아이스크림 스푼이 들어간다. 이런 내용의 광고가 방영되자 “10세 아이를 성인처럼 입혀 놨네”, “온갖 성적 메타포, 클리셰를 다 갖다 썼군” 등 불쾌함을 표출하는 네티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문제가 된 이 브랜드 배스킨라빈스는 2003년만 해도 천사 모습의 ‘아이스크림 소녀’ 광고로 히트를 쳤다. 16년의 세월이 흘렀는데 도리어 성상품화 코드로 점철된 아이스크림 소녀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것이다. 이는 명백한 퇴행이다. 업체는 사과문을 내고 “일반적인 어린이 모델 수준의 메이크업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기획 자체의 문제가 아닌, 통상적인 업계 분위기로 떠넘긴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아동 성상품화 코드로 홍역을 치른 업체는 이곳뿐만이 아니다. 휠라코리아는 2015년 운동화 화보가 소아성도착증을 연상케 한다는 비난이 일며 한차례 곤욕을 치른 후 2년이 흘러 공식 사과했다.

최근 글로벌 추세는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6월 세계 최대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는 14세 미만 아동의 단독 생방송을 금지하는 등 미성년자 보호정책을 발표했다. 유통기업 존 루이스, 드럭스토어 부츠 등 영국 15개 기업은 상품 광고에서 소년, 소녀란 표현을 쓰지 않기로 했다. 영국 광고표준위원회(ASA)는 지난달 14일부터 성 고정관념을 고착화시키는 광고를 전면 규제했다. 파커 ASA 위원장은 “짧은 광고가 보여주는 강렬한 묘사로 인해 이를 정답으로 여기는 이들이 생긴다”며 파급효과를 우려했다.

소아 성도착증은 취향도 성애도 아닌 질환이다. 미디어에서 아동이 성적 대상으로 소비되지 않도록 보다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비자들은 광고를 보고 불쾌감을 느낄 정도로 ‘성 인지 감수성’이 높아져 있는데 정작 광고를 만드는 소비재 업체나 미디어들이 이보다 인식이 뒤처져 있어 문제다. 국내에서도 훨씬 더 엄격한 수준의 광고 기준을 만들어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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