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조은아 한국은행 국제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이 발표한 ‘기업인수의 재무적 성과: 한국의 사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기업인수 2년간 총자산순이익률(ROA)을 분석한 결과 인수기업은 4.8%, 피인수기업은 4.9%를 낮췄다. ROA란 기업의 총자산에서 당기순이익을 얼마나 올렸는지를 가늠하는 대표적 재무지표다.
또, 피인수기업의 재무비율이 심각할수록 기업인수 발생 가능성이 높았다. 실제 피인수기업 중 2년연속 적자를 기록하거나, 자본잠식여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태인 이자보상비율 1 미만 기업 비율을 분석한 결과 53% 내지 71%가 재무적 부실에 직면해 있었다. 이는 같은기간 피인수되지 않은 기업의 비율(14~30%)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피인수 횟수가 늘수록 재무비율은 더 악화했다. 실제 14% 내지 30%의 재무적 부실에 직면해 있던 기업이 1회 피인수될 경우 그 부실은 42% 내지 61%로 늘었다. 2회시엔 60% 내지 78%로, 3회시엔 70% 내지 85%로, 4회 이상시엔 72% 내지 89%로 각각 증가했다.
조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기업인수는 주로 재무적 부실과 관련해 발생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재무적 부실을 해소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M&A시장이 정부주도로 이뤄지는 등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미국 등 기업인수시장이 발달한 국가에서 기업인수의 동기가 주로 재무적으로 건전한 기업들 간에 시너지를 추구하거나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기업을 인수해 기업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는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M&A도 양적확대가 아닌 구조조정법 제도, 기업지배구조, 금융산업발전구조 등 질적향상 부문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이번 분석은 한국거래소 공시시스템(KIND)에 공시된 2004년부터 2017년 중 최대주주 변경 자료 1379건을 이용했으며, ROA와 이자보상비율, 재무적 부실의 예측치, 연속 적자 및 자본잠식 여부 등으로 측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