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역전쟁 휴전·트럼프 투자압박, 불확실성 계속

입력 2019-07-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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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이 일단 휴전에 들어갔다. 지난달 29일 폐막한 일본 오사카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무역협상을 다시 시작키로 합의했다. 미국은 중국산 제품 3000억 달러어치에 대한 추가 관세부과를 유예하고, 중국은 미국 농산물을 대량 구매키로 했다.

미 정부의 중국 화웨이에 대한 제재도 일부 완화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안보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 화웨이의 하드웨어 판매는 허용키로 했다. 화웨이 스마트폰과 PC 등 소비자 제품은 미국 기업과 거래가 재개될 전망이다. 하지만 미국이 집중 겨냥했던 네트워크장비에 대해서는 여전히 거래금지 조치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이 충돌 직전 한발씩 물러선 것이다. 상황의 근본적인 변화는 없다. 핵심 쟁점에 대한 긍정적 타협신호가 나온 것도 아니고, 협상이 재개돼도 난항이 예상된다. 갈등이 언제 다시 불거져 대립이 격화될지 모른다는 점에서 국제사회는 여전히 긴장하고 있다. 이 경우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곳이 한국이고 보면, 불확실성에 따른 우리 경제의 위기가 계속되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기업에 대한 자국 내 투자를 압박하고 나섰다. G20 정상회의를 끝내고 방한한 트럼프는 30일 대기업 총수들을 따로 불러모아 만났다. 회동에는 이재용 삼성·정의선 현대차·최태원 SK·신동빈 롯데·김승연 한화·손경식 CJ 등 대표 그룹 총수들이 참석했다. 이들 기업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와 함께 일자리를 창출한 데 대한 감사의 뜻을 표시하는 자리였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지금보다 대미 투자 확대에 적절한 기회는 없다”며 “앞으로 투자를 더 적극적으로 늘려줄 것을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기업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는 화웨이 제재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이는 리스크 해소와 거리가 멀다. 화웨이는 여전히 미 상무부의 거래금지 기업 대상 목록에 올라 있고, 이 제재에 한국이 동참해야 한다는 미 정부 입장에 아직 어떤 변화도 없다.

모든 게 예측하기 어려운 국면인 것이다. 중국과 미국이 우리의 1, 2위 교역상대국이라는 점에서 미·중 간 무역전쟁이 한국 경제에 얼마나 큰 타격을 가져올 것인지에 대해서는 설명할 필요도 없다. 미국과의 동맹 등 안보문제까지 깊이 얽혀 있는 실정이고 보면 대응책 마련도 지난(至難)하기 짝이 없다.

미·중 무역전쟁이 봉합 수순으로 가고, 최악의 파국을 피하는 방향으로 타결될 것이란 기대가 없지 않다. 그럼에도 앞으로 상당 기간 상황은 유동적이고,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은 계속 증폭될 우려가 크다. 어떻게든 경제를 활성화시켜 외부의 시련을 이겨낼 수 있는 내성(耐性)을 키우는 방법밖에 없는데, 그것을 이끌 동력이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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