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 경비원들이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택에서 경비업무가 아닌 청소, 빨래 등의 업무를 하게 했다는 이유로 경비업 허가 전체가 취소된 처분이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박형순 부장판사)는 지난 21일 경비업체 A사가 관할 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경비업허가취소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경비업법에 따른 경비법 허가를 받은 A사는 2014년 1월부터 조 회장의 사택 경비 업무를 수행했다. 그러나 소속 경비원들이 조 회장,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등으로부터 부당한 지시를 받아 애견관리, 청소, 빨래, 조경관리 등의 일을 하고 있다는 취지의 언론기사가 보도되면서 2018년 8월경 경비업 허가 전체(시설경비업무, 특수경비업무, 신변보호업무)가 취소됐다.
A사가 사택에서 근무하는 경비원을 경비업무 외의 업무에 종사하게 해 경비업법을 위반했다는 것이 취소 근거가 됐다. 경비업법은 5개 경비업무별로 관할 지방경찰청장으로부터 별도의 허가를 받도록 한다. 허가받은 경비업무 외의 업무에 경비원을 종사하게 하면 경비업 허가 전체를 필수적으로 취소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A사는 "사택에서 근무한 경비원들은 조 회장 등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지 못하고 업무를 했던 것이고, 회사에서 이를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경비업 허가 전체를 취소한 처분은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조 회장 등은 사택 경비원들에게 전화 연결, 정원 흙 고르기, 정원 물주기, 사택 청소, 애견 배변물 청소 및 운동 등의 일을 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사택에 근무하던 관리소장(A사 소속)은 이를 알고도 회사에 보고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A사는 경비업법에 따른 시설경비업무, 신변보호업무, 특수경비업무에 관한 허가를 받아 소속 경비원을 이 외의 호송경비업무, 기계경비업무 등에 종사하게 한 일이 없다"며 "이 사건 처분은 근거 법령을 잘못 적용한 위법이 있어 그 자체로 이미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설령 경비원들이 애견 관리, 청소, 빨래 등의 업무를 수행한 것이 경비업법이 규정하는 '경비업무 외의 업무에 종사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A사가 지시한 사실이 인정되지 않고, 묵인·방조해 실질적으로 지시했다고 인정할 뚜렷한 증거도 없다"고 짚었다.
또 재판부는 "A사가 소속 경비원들이 경비업무 외의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적절히 파악해 조치 하지 않은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위와 같은 과실만으로 경비업 허가 전체를 취소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중해 책임의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